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서 첫 작곡발표회 여는 마이클 팀슨 이대 교수 "한국 판소리가 음악 지평 넓혀줬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서 첫 작곡발표회 여는 마이클 팀슨 이대 교수 "한국 판소리가 음악 지평 넓혀줬죠"

입력
2012.06.05 12:17
0 0

"한국 학생들에게는 완벽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즉흥까지도 완벽해야 할 판이죠."

이화여대 음대 작곡과 교수인 종족음악학자 마이클 시드니 팀슨(42)씨에게는 그 이유가 보인다.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일 기회가 없어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라(Open your mind)"는 말을 주문처럼 되뇐다고 한다.

"서양 학생들은 기술보다 상상력이 뛰어난데, 한국 학생들은 기술이 '극단적으로' 좋아요. 그 수준은 경악할 정도지만, 완벽해지려고만 하니 결국 하던 것만 하게 되죠."

그는 한국적 특수성에서 배태된 콩쿠르 지상주의를 주범으로 꼽으며 "한국 클래식 문화의 적"이라고도 했다. 더 넓은 음악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장들의 걸작만 공부해 온 학생들이 나의 수업을 듣다 어느 순간 창조성이 활짝 피는 걸 봅니다." 한국 와서 가르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taking risks)." 팀슨 교수의 예술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국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런 태도에서 비롯됐다. "스물두 살 때 미국 남가주대에서 수업 시간 중에 한국의 정악, 시나위, 판소리를 처음 듣고는 음악적 지평이 순간적으로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후 다양한 아시아 음악을 자신의 작품에 녹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주력 악기인 색소폰보다 동양의 관악기를 훨씬 더 많이 갖게 됐다. "내게는 동양 관악기 500여개가 있는데, 그 중 중국 것이 200여개"라고 했다.

팀슨 교수는 대표작 8곡을 갖고 한국에서 첫 작곡 발표회를 연다. 13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무대에서 임희준씨 등 한국 연주자 7명, 대만의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인 차이파운드 뮤직워크숍 소속 연주자 6명이 음악을 들려준다. 얼후, 후칭, 피파, 료칭 등 동양 악기들이 고루 등장하고, 현악 3중주를 위한 'Risen Poetics'에는 시조창도 나온다. 이번 연주회는 절충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요약되는 그의 예술적 결정체인 셈이다.

팀슨 교수의 부인인 대만 태생의 작곡가 이지순씨도 그와 마찬가지로 영어판 위키피디아 표제어로 오를 만큼 종족음악학자로 유명하다. 부인을 일러 "논문 의논 상대"라고 말하는 그는 학자로서 한국을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보려는 욕구가 강하다. 4년째 한국에 살면서 한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은 굳이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에 사는 여느 외국인들이 하듯 한국에 대한 애정을 굳이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모든 문화, 모든 음악이 탐구와 존중의 대상이다. 그는 특히 한국의 전통악기에 깃든 아우라를 강조했다. "중국 피리의 음계는 피아노와 꼭 같아요. 취구를 손끝으로 막는 중국의 피리 주법과 달리 한국은 손가락으로 막게 돼 있죠." 그처럼 독특한 주법을 고수한 결과, 한국의 전통 음악은 "깊다"고 했다. 내년에 <중국 악기의 이해> 를 펴낼 예정인 그는 "한국 악기에 대한 책을 꼭 쓰겠다"고 말했다. 공연 문의 (02)581-540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