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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근로시간 줄이고 정년 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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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근로시간 줄이고 정년 늘리기

입력
2012.06.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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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에 입사해서 50대 중반이면 정년을 맞는다. 청년 실업과 군 복무 등의 영향으로 사회 진출은 늦고 정년은 빠르다 보니 생애 근로기간이 평균 31년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12년이나 짧다. 생애 근로기간이 짧으면 노후가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고, 노인들의 기초 생활 및 의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정년 연장에 나서는 것도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과 함께 연금재정 지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 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700만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까지 겹쳐 2017년부터는 노동력 공급 감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정년 연장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급히 다뤄야 할 국가 대사인 셈이다.

이처럼 근로기간은 OECD에서 제일 짧은 반면,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400~700시간이나 많다. 장시간 근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신진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결국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등 가혹한 노동 조건 속에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한창 가족을 부양해야 할 나이인 50대 중반에 일터에서 쫓겨나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안 요소인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에서는 한참 뒤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 탓이다. 재계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정년을 늘리는 만큼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에 찬성하면서도 임금 축소에는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반대 논리를 들여다보면, 자기만의 이익에 집착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만큼 임금 지출이 증가한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 직장인들의 과도한 근로시간에는 상사 눈치보기 등에 따른 불필요한 초과 근로도 많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압축적으로 일하게 되면 생산성이 그만큼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임금을 다소 양보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정년 연장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금을 일부 양보하고 사측도 재정을 일부 더해 근로기간 연장에 적극 동참한다면, 우리 사회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재계의 중심은 재벌이요, 노동계의 주축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다. 국민 전체로 보자면, 우리 사회 극소수의 이익집단일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 맨서 올슨이 <집단행동의 원리> 라는 책에서 설파했듯이, 이들 소수는 정부를 상대로 조직적인 집단행동(로비)에 나섬으로써 사회 전체의 부를 갉아먹고 있다. 우리 사회 불안과 위험의 근원은 바로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소수의 기득권층이 근로시간 축소와 정년 연장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45%는 빈곤층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청년백수가 무려 100만명이다. 기득권층인 재벌과 정규직 노조가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는 한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긴 요원하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만 공동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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