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잘못된 추측이 점차 소문으로 커져 간다. 오해라고 가볍게 넘기기엔 소문이 너무 무성하다. 나를 향한 왜곡된 시선은 나의 문제인가, 저들의 문제인가. 나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맞서 겨룰 만큼 용감한가. '레슬링 시즌'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연극은 소문이라는 보이지 않는 폭력, 성과 사랑 등 청소년기의 고민과 문제를 상대 선수와 신체 접촉이 많은 스포츠 레슬링에 대입해 풀어낸다. 지난해 5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설립한 국립극단이 '소년이 그랬다'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청소년극이다.
3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흡사 레슬링 경기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 지름 9m의 원형 매트가 놓여 있다. 심판 1명을 제외하고, 레슬링부 선수 역할을 하는 남자 배우 4명은 물론 여자 배우 4명도 모두 레슬링복을 입었다. 레슬링 매트가 청소년기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미국 작가 로리 브룩스의 원작이 체육 교육이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실제 청소년들의 주목을 받는 레슬링 시합 기간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레슬링이 그리 친숙한 스포츠가 아닌 까닭이다.
레슬링부의 민기와 강석을 중심으로 청소년기의 경쟁과 사랑, 소문과 갈등을 엮은 연극의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레슬링 매트 위의 몸놀림으로 표현한 상징성 덕분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또 연극은 배우들이 직접 진행하는 포럼 형식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며 일종의 문화예술교육 효과까지 발휘한다.
레슬링이라는 연극적 장치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성과 사랑에 대한 고민 등 청소년기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연극에 청소년 관객의 호응도는 무척 높다. 10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연출 서충식. 14세 이상 관람가. 1688-5966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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