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임기개시 후 7일'인 어제 첫 회의를 소집해 의장단을 선출하라는 국회법 규정을 보란 듯이 깔아뭉갰다. 입법부가 앞장서서 법을 어길 때면 으레 늘어놓았던 '권고 규정' 변명도 없고, 밥그릇 싸움이 직접적 이유임을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뻔뻔함의 극치다.
어찌 이리도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아무리 밥그릇 싸움이 급하더라도, 법의 명문 규정만이라도 지키라는 국민의 소박한 요구마저 이렇게 가벼이 짓밟을 줄이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방의 핵심 무대가 될 만한 상임위원회의 사회권을 확보하면 선거에 적잖이 도움이 되리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선거가 없는 때도 늘 그랬던 과거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그저 정치적 습벽에 몸과 마음을 맡긴 꼴이다.
이런 마당에 여야 원내 지도부에 양보와 타협을 통한 '밥그릇 나누기'를 권하는 것은 지나치게 새삼스럽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식성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를 희망하는 대신 남의 식성 충족을 가로막는 데 힘을 쏟는 비정상적 밥그릇 다툼에서라도 벗어나라고 하는 것도 부질없다.
다만 당리당략에 치중한 여야의 집단의사가 소속 의원 개개인의 자의식과 개성을 언제든 덮어버릴 수 있는 구태의 지속력에 더 눈길이 간다. 상대적으로 순수할 초선의원부터라도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자각해 '자존의 손상'에 눈뜨고, 당 지도부의 지침에 실현이 가로막힌 의원 개인의 권리 주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9대 국회는 의원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정 과정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국회의 '의원 자격심사'와 그에 근거한 의원직 제명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을 둘러싼 '종북'논란의 귀착점도 결국 다른 의원들이 이들을 동료의원으로 인식하는 데 느끼는 개별적 거부감의 농도 차이에 달렸다. 의원 개개인의 각성만이 판에 박힌 여야의 사고 틀을 허물고, 대립 일변도의 의정 구도에 변화를 부를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