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어. 이토록 무서운 적이 없었어. 너무 끔찍한 전쟁이야."
검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베트남전(1955~75) 당시 미군 병사의 편지가 40여년만에 공개됐다. 편지의 주인공은 미군 101공수여단 소속 스티브 플레어티 병장. 그는 가족과 애인에게 쓴 편지를 부치지 못한 채 69년 3월 베트남 북부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4일 풍 쾅 타잉 베트남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양국의 전쟁 유품을 교환했다. 미국은 베트남군의 일기장을 건넸고, 베트남은 플레어티 병장의 편지 세 통을 미국에 넘겼다.
편지에 적힌 전쟁은 참혹했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우리 소대는 35명이었지만, 전투가 끝난 후 19명으로 줄었고, 소대장과 상당수 부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베트남군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고, 어떤 베트남군은 폭탄을 몸에 두른 채 우리에게 뛰어들어 함께 죽기도 했다"고 적었다.
애인 베티에게는 "오랫동안 편지를 쓸 수 없었어. 베트남군과 격렬한 전투를 했고, 많은 이들이 스러지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편지에서 "이 전쟁은 추악하고 잔인한 전쟁이다"라며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전쟁의 대의를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시 북베트남군은 이 편지를 전리품으로 획득해 미군을 겨냥한 심리전 도구로 활용했다.
북베트남군 부 딘 도안의 일기장도 고국에 전해졌다. 빨간 일기장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2명의 사진과 함께 전투 당시의 일과와 심경이 빼곡히 적혀 있다. 66년 3월 쾅나이 전투에서 전사한 부 딘 도안의 품에서 일기장을 발견한 미 해병 소속 로버트 프레이저가 전쟁 기간 지니고 있다가 미국으로 가져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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