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고 조용하기로 소문난 두 중견 재벌그룹인 효성과 LS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재벌그룹 간에는 서로 금기라 할 수 있는 상대방 오너까지 거론하며, 강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효성의 중공업 사업부문 기술책임자(CTO) 겸 연구소장을 맡았던 A씨(전무급)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010년6월 효성을 퇴사하면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 등에 저장돼 있던 효성의 초고압변압기ㆍ차단기,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등에 관한 다수의 영업비밀 및 기술 자료를 빼돌린 뒤 LS산전에 입사, 그 중 일부를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효성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LS그룹을 강하게 성토했다. 효성측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로 산업계에서 규탄을 받아야 한다"며 "LS산전의 고위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기술 빼가기는 기업간에 흔히 있는 일. 그런 점에서 보면 효성의 격앙된 반응은 오히려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측은 이번 핵심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손해규모는 4,000억~7,000억원으로 추정되며 7~8년 후에는 최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HDVC의 국내 시장규모 약 5,000억원 수준이고, 초고압변압기 등의 경우 세계 시장 규모가 현재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효성은 특히 LS그룹 오너 한 명을 이번 기술 빼가기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효성 관계자는 "기술을 빼돌린 A씨와 LS산전의 부회장이 고등학교 동창관계인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상당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며 어떤 식으로든 (LS산전의 부회장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효성측이 말하는 LS산전의 부회장은 구자균 부회장이다.
LS측은 효성이 오너까지 거론하고, 더구나 범죄연루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서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LS산전은 이날 효성의 입장에 대해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효성 퇴직 후 당사와 계약을 맺은 인사가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현재 효성 측이 자료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영업비밀 유출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 있고 아직 확정도 되기 전에 언론 보도를 한 것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면서 "효성 측이 수사 기밀을 공식 배포한 것은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언론 플레이가 아닌지 그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 부회장이 거론된 것과 관련, "효성측 주장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고 있다"며 "오너 일가까지 지목한 부분에 대해선 효성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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