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10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의회 전문지 힐이 3일 보도했다. 힐은 국내적으로는 미국 경기침체, 건강보험개혁 위헌결정, 추가 테러, 자연재해, 슈퍼정치위원회(슈퍼팩), 대선토론, 후보 말실수 등이 대선의 '게임 체인저'라고 소개했다. 대외 요인으로는 유로 위기, 시리아 사태 확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포함됐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은 경제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의 최대 악재는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금융권이 유럽 위기에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그 파장을 벗어나긴 힘들다. 마이크 룩스 민주당 선거전략가는 위험자산을 보유한 은행 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위기 진원지로 지목했다.
시리아 사태가 악화하거나 레바논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면 오바마는 군사 개입을 고민해야 한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의 외교적 해결 방침을 '마비의 정책'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군사개입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지적처럼 미국의 분열이나 제2의 베트남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보다 파장이 더 한 해외 변수는 올해 초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말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다. 보복에 나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원유 공급이 타격을 받아 유가가 폭등하고 미국 경제가 요동치게 된다.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 '제3의 길'의 매트 베넷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공급이 막히면 (현재 3달러 중반인) 갤런당 휘발유 가격이 7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로선 이스라엘 방어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부담도 지게 된다.
대법원이 건보개혁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오바마로선 최대 치적이 부정되는 꼴이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수습 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 운동 기간 허리케인 앤드루에 잘못 대처한 것이 패인의 하나였다.
정치권 밖 인물들의 거액 기부로 움직이는 슈퍼팩은 선거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 진영이 돈을 2, 3배 더 쓰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토론은 후보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변수였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토론에서 선전한 덕분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추격할 수 있었고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토론회에서 오바마를 쳐다보지 않아 성마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지만 대선 토론에서 말 실수는 치명적이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철의 장막이 그대로이던 1976년 토론회에서 소련의 동유럽 지배는 없다고 말 실수를 한 뒤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에게 백악관을 넘겨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