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GRㆍGreat Recession)의 공포가 엄습하는 걸까.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미국과 중국(G2)의 경제지표 동반 부진, 인도 브라질 같은 신흥대국의 불안 등 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8월 세계 금융시장을 집어삼킨 ‘토털 공포’(total fear)가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4ㆍ17면
실제 증시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해 공포의 크기를 수치화한 미국의 공포지수(VIX)와 유럽 공포지수(VSTOXX)는 1일(현지시간) 각각 9.75%, 3.95% 치솟아 ‘공포 수준이 높음’을 뜻하는 26.7, 36.4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최고치이며, VSTOXX는 작년 8월 수치도 넘어섰다. 국내 증시의 공포지수(VKOSPI200) 역시 4일 26.6을 기록해 임계점(26)을 뚫었다. 이 지수가 26을 넘은 건 2003년 이후 열한번에 불과하다.
유럽 위기가 전세계 실물로 전염되면서 심리적 충격은 현실의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확산되면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5배인 스페인의 은행위기는 그 자체로 충격이 크고 실물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위기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인 폴 볼커의 말을 빗대 “1920년대를 대공황이라고 했고, 지금은 대불황(GR)이라고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코스피지수는 51.38포인트(2.80%) 급락한 1,783.13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450.84)는 올 들어 최대 폭인 21.29포인트(4.51%) 폭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4.3원 오른 1,182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2% 이상 급락했고, 유럽 증시는 독일이 내리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 주 급락했던 미국 증시는 약보합세로 출발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상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물경기는 4분기가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고 주가 안정은 각국의 정책대응에 따라 한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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