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4일 일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해온 야당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야당의 협조를 통해 소비세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도이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다 총리는 이날 방위장관에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ㆍ71) 다쿠쇼쿠(拓殖)대학 대학원 교수, 국토교통장관에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ㆍ44)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법무장관은 다키 마고토(73) 법무성 차관, 농림수산장관은 군지 아키라(郡司彰ㆍ62) 전 농림수산성 차관, 금융장관 겸 우정개혁장관에는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ㆍ73) 부흥성 차관을 각각 기용했다.
이번 인사에서 물러난 다나카 나오키(田中直紀) 방위장관은 자질 부족으로, 마에다 다케시(前田武志) 국토교통장관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특정 후보 지원 문제로 4월 참의원에서 문책 결의를 받았다.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장관은 최근 스파이 의혹이 일고 있는 주일 중국대사관 외교관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오가와 도시오(小川敏夫)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휴대폰으로 경마 사이트를 검색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돼 교체대상이 됐다. 지미 쇼자부로(自見庄三郞) 금융장관은 스스로 퇴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관들이 퇴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감싸던 노다 총리가 갑작스레 경질 인사를 단행한 것은 정기국회 회기 내 소비세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전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는 민주당에서 최대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와 최근 두 차례 회동, 소비세 증세에 협조를 당부했으나 거절당했다. 국회 표결에서 오자와 그룹이 반기를 들 경우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이는 노다 자신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다. 결국 야당과 손잡고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 이번 인사의 의미다.
반면 당내 인력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잦은 인사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치 사상 유례가 없는 민간인 출신의 방위장관 임명을 두고 당내에서는 잦은 경질로 더 이상 장관 후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자괴감도 흘러나온다. 모리모토 교수는 방위대를 졸업하고 1965~79년 항공자위대를 거쳐 92년까지 외무부에서 근무한 방위 전문가다. 하지만 십 수년간 줄곧 민간인이었던 모리모토 교수가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자리에 앉아도 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다 총리의 파격 인사에도 불구,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오자와 전 대표는 교도(共同)통신 인터뷰에서 "자민당을 찬성 쪽으로 돌려 무리하게 증세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야합"이라며 "법안은 결국 부결되고 노다 내각이 총사퇴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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