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인천시립박물관에서 기획특별전 '수인선 두 번째 안녕' 전시회를 개최한다기에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박물관 측은 이달 말 수인선 복선전철 개통을 앞두고 협궤열차의 특성과 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추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전시회를 찾는 어린 관람객을 위해 입구에서 종이접기 열차를 주고 협궤열차가 선로를 달리는 축소 모형을 전시해두뒀다. 구동 전력의 문제인지 모형 협궤열차가 정지해 있는 경우가 잦아 함께 간 아이의 애를 태웠다.
협궤열차는 레일 폭이 일반 선로의 절반인 762mm의 좁은 궤도를 달리는 작은 열차다. 1937년 일제가 경기 내륙 지역의 미곡을 인천항까지 운반하기 위해 수원과 여주를 잇는 수려선을, 인천의 염전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을 놓고 이 선로를 따라 협궤열차가 달렸다. 수려선은 74년에 일찍 폐선된 반면 수인선은 수원과 인천 송도를 종착역으로 하여 46.9km 구간에 12개 역을 따라 94년까지 협궤열차를 운행했다. 개통 당시 인천과 수원 사이를 하루 다섯 번 왕복했고, 역 주변 공간은 점점 변화하게 됐다.
기획전 공간이 비좁아 철도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는 협궤열차 차량을 전시하지는 못했지만 입구에 협궤 철로 일부를 옮겨놓았다. 어른은 큰 걸음으로, 어린이는 폴짝 뛰면 선로를 건널 수 있는 폭이 협궤다. 초창기 수인선을 달렸던 협궤 전용 텐더식 증기기관차 부속, 정차 부품, 초창기 역사를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승객으로, 역장으로, 상인으로 수인선과 인생의 중요 부분을 공유한 여덟 명의 인터뷰로 구성한 섹션도 인상적이다. 전시회는 약 10년 간격으로 47년부터 2011년까지 위성사진으로 보는 수인선의 자취와 올 3월 전시준비팀이 도보로 답사한 기록 영상을 보여주면서 맺고 있다.
전시회에서 돌아와 제목만 알고 있던 윤후명 소설가의 장편 <협궤열차> 를 중고책방에서 찾아 겨우 주문해 읽었다. 소설가는 실제로 83년부터 6년간 안산시에 거주했으므로 협궤열차는 도시의 구성체로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단편이었던 <협궤열차에 관한 한 보고서> 를 장편으로 개작한 이 소설에서 협궤열차는 소설의 근거지이자 황량한 현실 공간을 통과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가닿고자 하는 종착역은 사막이다. 이 사막은 중앙아시아의 사막일 수도 있고, 현실의 삭막일 수도 있다. 협궤열차에> 협궤열차>
소설가에게 보잘것없이 작은 협궤열차는 가장 먼 곳으로 사라져가는 눈물겨운 형상이자 과거의 모습이었다. 작가의 말을 통해 협궤열차가 세상 인식의 두 기둥인 외로움과 그리움을 싣고 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은 '우리 문학의 협궤열차'라는 평론에서 부제를 '자멸파의 계보'로 붙였다. 협궤라는 폐허와 외로움, 환상을 통해 의식 자체를 실체로 보며, "허무 결국 언어와의 싸움을 벌이는 것이 윤후명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이가림 시인의 <내 마음의 협궤열차> 에서 협궤열차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철없는'과 '쬐그만'이다. 협궤열차는 '그리움'을 싣고 떠나고, '녹슨 추억'을 싣고 되돌아온다. '달구지'와 '흔들가마'와 '황마차'에 비교되던 협궤열차는 마침내 '수리 안된 사랑을/몰래 꺼내어 손질하다가/얼른 주워 탈 수 있는/건들기차'로 묘사되고 있다. 이세룡, 이창기, 장석남 시인 등이 협궤열차를 소재로 했고, 의인화한 협궤열차는 협궤만큼이나 좁고 팍팍한 일상을 풀어내기에 바빴다. 내>
이달 30일이면 경기 시흥의 오이도역과 인천 송도역을 연결하는 구간이 복선 전철로 개통된다. 협궤 철로는 표준 철로로, 꼬마 열차는 전동 열차가 달리게 된다. 오이도역에서 서울 지하철 4호선과, 원인재역에선 인천 지하철 1호선과 환승이 가능하다. 7월 1일까지 전시 예정인 '수인선, 두 번째 안녕' 전시회를 보고 새로 개통된 수인선 전철을 이용해 돌아오려면 이달 마지막 주말 이틀 여유밖에 없다. 협궤열차의 추억을 곱씹고 수인선의 소생을 반기기에 일정은 매우 좁다.
황승식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