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적절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고 논술을 형식을 잘 갖춘 글이다. 그러나 반증의 근거를 고려하지 않아 정부의 과잉냉방 단속이 해결책이라는 일면적 주장으로 귀결된 점이 아쉽다.
먼저 학생이 지적한 대로 전력수급의 불균형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다. 이 사실은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달러 당 0.580㎾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39㎾h의 1.71배에 달하고 일본의 0.203㎾h에 비하면 무려 세 배에 가깝다. 습관적으로 전기를 과다 소비하는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해마다 전력수급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의 반성과 의식 개선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다.
하지만 원전 두 기가 가동 중단 상태라는 것이 전력난을 정당화해 주는 타당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대지진 이후 54개 원전이 모두 가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아직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절전 운동을 펼친 데다 일본의 전력수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1.4%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또 통계에서 제외된 산업계의 자가발전 설비용량이 원전 용량보다도 많았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여러 가지 대비 덕분에 '원전 올스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일을 기회로 일본이 탈원전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우리가 작년 9월에 겪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를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의 능력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대지진으로 인해 국가적 재앙을 경험한 일본조차 전력난을 겪지 않았는데 지진 피해로부터 자유로웠던 우리가 대규모 정전 사태에 처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굳이 에너지 기본권이라는 개념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전기가 우리 삶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일본 정부의 그것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9월과 같은 정전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원전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차원의 문제이니 차치하더라도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든가 산업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전력소모가 높은 백화점이나 빌딩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속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비상발전기를 활용해 공급 자원을 추가 확보할 수도 있고 냉난방 부하제어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안들에 대해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방법들이 단속에 비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근원에는 눈감은 채 단속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너무나 즉물적이어서 여기에 대한 긴 분석과 비판을 해야 할 필요를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
단속은 에너지 과다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한낱 임기응변일 뿐이다.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대규모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민심 이반 현상이 확산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찰이나 공권력 투입이 아니라 수입 중단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되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면 단속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을 재고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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