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논문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수의과대 강수경, 강경선 교수 두 명이 공동 발표한 모든 논문에 대해서 조사하기로 했다.
이준식 서울대 연구처장(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4일 "최근 의혹이 제기된 두 교수의 논문 15편과 함께 둘이 공동저자로 낸 다른 논문에 대해서도 조작여부를 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지난달 조작 의혹이 제기된 강수경 교수의 논문 14편 중 4편, 새로 의혹이 불거진 강경선 교수의 논문 1편에 서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이 공저로 발표한 논문은 2007년 이후 최소 25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선 교수의 논문은 지난달 사진조작 혐의로 철회된 강수경 교수의 논문이 게재됐던 국제학술지 온라인판에 실린 것으로, 지난 2일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 의혹 제기 글이 오르자 강 교수는 ARS측에 오류 수정 후 출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처장은 "ARS측에서 서울대에서 이 내용을 조사해 72시간 내에 답변할 것을 4일 요청해 와 시간이 촉박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처장은 "이번 조사는 두 교수가 같이 발표한 모든 논문이 대상인 만큼 반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논문 15편의 연구노트와 원 실험데이터는 이미 갖고 있고, 공동 발표한 다른 논문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5일 회의를 열어 예비조사가 끝난 강수경 교수에 대한 본조사위원회 구성 및 강경선 교수에 대해 예비조사 없이 바로 본조사로 갈지 여부 등을 논의한다. 7명 규모로 꾸려질 본조사위에는 줄기세포ㆍ신경과학 분야 외부 전문가 2명 이상이 참여한다. 여기서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서울대가 이처럼 발 빠르게 나선 것은 강수경, 강경선 교수가 성체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각각 유망주와 대표주자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특히 강경선 교수는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개발(R&D) 비용을 지난해 601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까지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ARS측 대응에서도 드러나듯 이미 국제적 이목도 쏠려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2005년 황우석 전 교수 논문조작 사건의 후유증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두 교수 모두 잘 나가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자라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경쟁 분야에서 이들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강수경 교수가 BRIC 게시판에 논문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7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을 올린 누리꾼을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법적 대응이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이튿날 바로 고소를 취하했으나, 여전히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 연구 학계는 이번 사태가 경쟁 분야 간 갈등설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자칫 하면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황우석 전 교수 역시 처음엔 음해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논문조작 의혹이 불거지면 줄기세포 분야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되는데 뭐가 남는다고 두 교수에게 해코지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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