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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제왕의 첩' 김동욱/ "정염·질투·파멸 치열하게…쉬운 연기 하나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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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제왕의 첩' 김동욱/ "정염·질투·파멸 치열하게…쉬운 연기 하나도 없었죠"

입력
2012.06.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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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은 앳돼 보였다. 서른을 눈앞에 둔 배우답지 않은 동안이었다. 밝고 환한 얼굴이지만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영화 '후궁: 제왕의 첩'의 성원대군이 남긴 후유증으로 느껴졌다.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감정과 다투며 연기를 했을지 가늠이 됐다. 김동욱을 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후궁'은 궁중 치정극의 외형을 띄고 있다. 대비가 왕을 독살해 자기 아들을 왕좌에 올리려 하고, 동생은 이복 형의 아내인 계비를 탐한다. 계비의 옛 남자가 내시로 입궐해 왕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자신만의 복수극을 펼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의 애정 관계와 친소가 얽히고설킨다.

그렇다고 마냥 막장 사극으로 취급할 영화는 아니다. 인간의 정염과 질투를 살아 남기 위한 처절한 권력 투쟁과 한데 묶으며 다채로운 감정들을 자아낸다. '번지 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김대승 감독은 상업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궁중 비극을 빚어낸다. 여배우의 진한 노출 강도나 후끈한 침실장면만으로 섣불리 재단할 작품은 아니다.

김동욱은 '후궁'에서 왕의 운명을 타고나지 못하고도 왕이 된 남자 성원대군을 연기한다. 어미의 권력욕 때문에 반쪽짜리 왕이 되는 그는 사랑도 뜻대로 이루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인 화연(조여정)을 이복 형인 선왕에게 뺏기고 왕이 된 뒤엔 형수를 향한 금지된 사랑 때문에 파멸에 이른다.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역할. 덕분에 그의 연기력은 빛을 발한다.

김동욱은 "감정 변화가 많은 연기라 배역 부담이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캐스팅된 뒤 리딩(촬영 개시 전 리허설 형식으로 시나리오를 읽는 작업)을 할 땐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에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다"고도 했다. 휘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을 막 벗어나서일까. 그는 홀가분한 듯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처음 보고 난 뒤 여러 선배들과 스태프들에게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제가 만든 성원대군이란 인물에 감독님과 여러 선배들이 힘을 보태줘 더 깊이 있게 표현된 것이죠. 촬영이 끝난 뒤 음악과 편집 등으로 성원대군을 더 크게 만들어주셨구요."

2004년 '발레 교습소'에서 조연을 맡으며 얼굴을 알린 그는 연기 이력이 만만치 않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영화 '킬리만자로'를 본 뒤 문득 연기를 하고 싶었고, 4개월 정도 연기학원을 다닌 뒤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한" 속전속결식 성격은 출연작 면면에 반영돼 있다. 그는 여의도와 충무로를 바삐 오가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국가대표' '반가운 살인자' '로맨틱 헤븐'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카운트 다운' 등에 출연했다. 장르도, 배역의 비중도 다양하다. 그는 "유명해지자고 연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좀 어린 나이이니 이것 저것 연기해보며 실패도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궁'을 찍으며 결코 쉬운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연기를 했다"면서도 흥행 결과에 대해 어느 때보다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대중들의 기대치가 높아 제 연기에 실망도 클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이 안 됐지만 '후궁'을 하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워 유쾌하고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뭔가 고민하고 분석하면서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영화 말이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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