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한다. 가물어서다. 쩍쩍 갈라진 논과 타들어가는 농사꾼의 깊은 주름을 나란히 배치시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상투적이라고는 하나 어느 순간 근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저절로 상기되는 이미지, 그 물 없음의 뻑뻑함.
농심을 민심으로 안다면 한숨깨나 내쉴 판인데 도심을 민심으로 아는 까닭에 어딜 가나 냉방병 걸릴 지경으로 휭휭 돌아가는 에이컨… 아이 참 내 팔뚝에 돋은 닭살 안 보이시나, 정말 가게 안이 시원해야 사람들로 득시글득시글 매출이 올라가나. 배달시켜먹는 중국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계속 자장면을 시켜먹듯 우리들이 물처럼 써대는 전기 또한 그런 듯싶다.
용기에 담겨 포장된 채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면, 그리하여 당장에 현금을 주고 사야 하는 거라면 아끼고 또 아꼈겠지. 매달 청구되는 고지서를 봐야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 그것도 잠시고 며칠 지나면 다들 까먹고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내 더위부터 좀 식히고 보자 에이컨 적정 온도를 낮추고 또 낮추는 사람들.
다른 아빠들처럼 서점에도 데려가고 발레 공연도 보여주고 교향악 연주도 듣게 해줄 줄 모르는 아빠를 원망한 적이 있지. 하물며 전기과 나온 공돌이라며 놀려대기도 한 싹수없는 딸이 나였다지. 우리 집 전기 스위치마다 빨간색 고딕 서체로 '절전'이라는 글자를 붙여놨던 아빠 덕분에 이만큼 살아가는 걸 나는 왜 자꾸 잊을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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