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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6강/ 한 수 가르치려다… 배울 뻔한 두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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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6강/ 한 수 가르치려다… 배울 뻔한 두 황제

입력
2012.06.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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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데 표정관리는 안되고…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두루 섭렵한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랭킹1위)와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이 TV화면을 가득 메웠다. 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시작돼 4일 새벽까지 이어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6강전.

약 2시간 간격으로 롤랑가로스 코트에 들어설 때 만 해도 이들의 얼굴은 살짝 미소를 띄기까지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조코비치는 상대 안드레아스 세피(28ㆍ이탈리아ㆍ25위)와 역대전적 7전 전승을 거두고 있었다. 더구나 세피는 메이저대회에 29번째 출전했으나 16강행은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정도로 경계의 대상이 아니었다.

페더러는 아예 열 한 살 아래'애송이' 데이비드 고핀(21ㆍ벨기에ㆍ109위)을 만나 '한 수 가르친다'는 기분으로 코트에 나섰다. 실제 고핀은 올해 프로에 데뷔한 루키다. 하지만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만만'하게 봤던 상대에게 오히려 1세트를 빼앗기는 수모로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사실 프로 선수들에게 1세트를 내주는 것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날 조코비치의 경우는 '많이' 달랐다. 페더러가 노쇠기미로 지는 해로 비유된다면 조코비치는 새로운 황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걸맞게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을 신호탄으로 올해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우승컵 3개를 쓸어 담았다. 그런 조코비치가 자칫 프랑스 오픈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조코비치-세피전

4-6으로 무너진 1세트를 만회하기 위해 조코비치는 2세트를 공격적으로 풀어나갔으나 마음뿐이었다. 되레 자신의 서브게임을 빼앗기고 끌려갔다. 조코비치는 게임스코어 4-5에서 세피의 서브게임을 빼앗아 5-5 균형을 맞췄으나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63분만에 세트를 내줘 0-2로 끌려갔다. 한마디로 세피의 역크로스에 요령부득이었다. 이쯤 되면 내리 3세트를 따내야 하는 부담감에 '천하'의 조코비치라 할지라도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다. 특히 1969년 로드 레이버 이후 43년 만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했다. 조코비치는 그러나 3세트부터 자신의 샷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6-3으로 3세트를 따낸 조코비치는 4세트를 7-5로 매조지 한 뒤 5세트도 6-3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만 4시간18분이었다. 2011년 US오픈 준결승에서 페더러에게 3-2역전승을 거둔 이후 9개월만의 진땀 승부였다.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통산 세 번째. 기사회생한 조코비치는 "리듬은 평상시와 같았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애로가 많았다. 어쨌든 내가 8강에 올랐다"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페더러-고핀전

"페더러는 어릴 때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내가 테니스 선수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내 침실에는 온통 페더러의 경기사진으로 도배했었다. 그와 맞붙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믿기질 않는다." 벨기에의 '영 건' 고핀이 16강 대진에서 페더러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을 때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Impossible is nothing)라는 경구를 가장 좋아한다"는 뼈있는 말도 함께 남겼다. 고핀은 특히 벨기에인으로서 메이저대회 16강에 오른 것은 95년 윔블던에서 닉 노르만 이후 16년 만이다. 고핀은 첫 세트를 7-5로 따내는 등 자신의 우상을 뛰어넘는 듯 했으나 경험부족으로 세트스코어 1-3(7-5 5-7 2-6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들여다 보면 페더러를 구한 것은 서브였다. 페더러는 12개의 서브에이스로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예를 되돌려 세웠다. 이에 반해 고핀은 4개에 그쳤다.

반면 더블폴트는 페더러가 1개, 고핀은 8개를 쏟아내 노련미에서 차이를 보였다. 범실은 오히려 페더러가 51개로 고핀보다 11개나 더 많았다. 페더러는 "고핀의 플레이가 매우 훌륭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게임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져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더러는 이로써 최근 8년 동안 메이저대회 32번째 연속 8강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도 함께 남겼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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