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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F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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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F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 '프로메테우스'

입력
2012.06.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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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이름 앞엔 '에이리언'(1979)과 '블레이드 러너'(1982)라는 수식이 따라 붙기 일쑤다. '델마와 루이스'(1991), '글래디에이터'(2000)로 대중에게 더 친숙하긴 해도 그의 출세작은 앞의 두 공상과학영화다. '에이리언'은 리플리(시고니 위버)라는 걸출한 여전사를 배출했고, '블레이드 러너'는 SF영화의 시각적 분수령으로 평가 받는다. SF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지만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를 마지막으로 SF를 멀리했다.

75세의 노장 스콧이 30년 만에 만든 SF영화라는 점만으로도 '프로메테우스'는 기대감을 키운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 여행에 나선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의 과학자 일행이 예기치 않은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의 줄기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에이리언'의 시원까지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영화의 흥미지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연이어 등장하는 물음표들을 에너지 삼아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인류의 조상 또는 창조주는 우주에서 온 것인가. 과학자들이 한 행성에서 발견한 문명의 흔적은 과연 창조주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인간을 창조한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또 누가 만들었을까. 인류를 만든 존재는 왜 또 인류를 몰살하려 하는가. '프로메테우스'가 던지는 질문들은 영화의 플롯을 넘어 존재론적 영역에까지 이른다. 인간을 향해 반란을 일으킨 복제인간과 그들을 잡으려는 전문 형사의 추격전을 빌려 신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했던 '블레이드 러너'와 궤를 같이 한다.

'에이리언'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설정도 등장한다. 인류의 창조주를 필사적으로 찾는 적극적인 여성 과학자 엘리자베스(누미 라파스. 그는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살란데르 역할로 할리우드에 얼굴을 알렸다)는 리플리를 떠올리게 한다. 괴생물체가 담겨있는 달걀 모양의 옹기는 에이리언의 알과 엇비슷한 외형을 지녔다. 우주탐사엔 초거대기업의 꿍꿍이가 따로 있다는 음모론적 접근도 '에이리언' 시리즈로 낯익다. 인조인간 데이빗(마이클 패스밴더)의 알 듯 모를 듯한 행보도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러 인조인간들의 행태와 맞닿아있다. 요컨대 '프로메테우스'는 '블레이드 러너'가 지녔던 철학적 질문을 '에이리언'의 세계에 접목시킨 영화라 할 수 있다.(흥미롭게도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 속편을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기시감을 주는 장면과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나 영화는 중후반까지 제법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당대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스콧이 빚어낸 장면 하나하나도 황홀하다. 그러나 서둘러 막을 내리는 듯한 후반부를 과연 관객들이 쉬 납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결말은 엘리자베스의 끝 모를 우주 여행을 예고하며 속편 제작까지 암시하긴 하나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수많은 의문부호를 쏟아놓고 변변한 해답 하나 주지 않는(물론 답변이 불가능한 물음도 있지만) 마무리를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알아낸 게 아무 것도 없어." 많은 관객들은 영화 속 초거대기업의 회장 피터(가이 피어스)가 던지는 허망한 대사에 공감할 듯하다. 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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