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던 외환보유액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발목 잡히며 큰 폭으로 줄었다. 보유하고 있는 유로화, 파운드화 등 유럽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면,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유로존 위기 심화를 우려해 보유 유로화를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5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역대 최고치였던 4월(3,168억4,000만달러)에 비해 59억7,000만달러 줄어든 3,108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건 올 들어 처음이자 작년 9월(-88억1,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파운드화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그리스와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확대되면서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7% 가량, 파운드화는 5% 가량 하락했다.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달 유로화를 대거 팔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월가 트레이더들의 분석을 인용해 "신흥국 중앙은행이 5월 유로를 이례적으로 대거 처분했다"며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도 유로를 투매했다"고 보도했다. Ft는 특히 "지난 달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데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투매가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 전략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 위기 심화 때문에 신흥국 중앙은행의 유로 선호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금까지는 이들이 보유 외환 다변화를 위해 달러를 매각하고 유로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BoAML)의 리처드 코치노스 외환 전략가도 "1년 전만 해도 중앙은행이 유로 가치 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유로화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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