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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야구장 단체응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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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야구장 단체응원 유감

입력
2012.06.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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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관중이 몰리고 있다. 이번 주말쯤 300만 명 관중 달성이 예상될 만큼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겁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800만 명도 거뜬할 것이다.

야구장이 관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빅4'(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태균)의 컴백과 여성 팬들의 폭발적인 증가를 꼽을 수 있겠다. 그리고 각 구단의 참신한 마케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시구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전광판 키스 이벤트' 등은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도 잠실구장에서 키스 이벤트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관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팬심'의 변화다.

최근 들어 야구장은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남녀노소가 야구장을 찾아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이름을 마음껏 외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연인들이 응원 도구를 들고, 야구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건강한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가장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가 야구장이다. 1만원 정도만 투자해도 4~5시간 마음껏 함성을 지를 수 있는 곳이 야구장 말고 또 있는가. 적당한 음주가무까지 허용되니 금상첨화다.

야구장 풍속도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나쁘면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끼리 나란히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산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최근 3년 동안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03년부터 계속 하위권을 맴돈 LG도 2연 연속 100만 관중을 넘겼다. 야구 팬들의 관전 포인트가 확 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김태룡 두산 단장은 "요즘 젊은 팬들의 취향은 스타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가능성 있고 성실한 선수들에 대한 소규모의 팬클럽이 활성화 돼 있다"고 말한다. 야구 팬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구 열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각 구단이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관중의 일사분란한 응원 모습은 때론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높은 앰프 볼륨, 치어리더의 율동, 막대 풍선 등의 요란한 응원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는 지양했으면 한다. 야구 자체를 즐기는 순수 팬들을 배려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순수 야구 팬들의 시각으로 야구를 관전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요즘 야구장에 가면 구단 사장, 감독, 선수처럼 승패에 얽매이는 응원을 할 수밖에 없다. 분위기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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