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했다. 대중 집회나 대중 공연장으로만 쓰이던 연세대 노천극장이 올 여름 새롭게 태어난다. 지휘자 정명훈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꾸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 8월 말 이 곳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빚어낸다.
오페라단 ADL(Amoco Della Lircaㆍ대표 박평준)이 만드는 이 무대는 우거진 수풀과 풀벌레 소리가 제공하는 최적의 친환경 무대로 국내 오페라사에서 하나의 획을 그을 전망이다. 80여명의 서울시향, 70여명의 수원시립합창단, 20여명의 어린이합창단을 비롯해 여느 오페라 무대보다 2~3배 밝은 이동 조명 등 인력과 세트는 그 꿈을 위한 하드웨어다.
1992년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 미미 역으로 세계에 알려진 루마니아 태생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에게 당연히 이목이 쏠린다. 또 다른 미미는 폭넓은 연기력을 자랑하는 오페라의 팔색조 피오렌차 제돌린스다. 미미의 연인 로돌포에는 라 스칼라 극장 사상 최연소로 테너에 데뷔해 '파바로티의 재림'이라 불리는 비토리오 그리골로, 자기 이름을 딴 재단과 국제 성악 콩쿠르를 가진 마르첼로 조르다니 등 두 명의 테너가 번갈아 출연한다.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출연진은 "한여름 밤 야외 오페라에서 팝 음악이라도 해도 좋을 선율에 빠져보라"고 입을 모았다.
화려한 출연진 외에 공연장도 눈길을 끈다. 각종 집회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연세대 노천극장(7,300여석)이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클래식 오페라 공연장으로 일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소리를 흡수하는 잔디 바닥이 대리석 바닥으로 교체, 울림을 명료하게 바꾼 후 갖는 첫 대형 클래식 무대라 기대가 더 크다. 야외 공연이면서도 마이크와 스피커 등 인공적 확성 장치를 일절 배제키로 한 점은 이전의 야외 오페라, 이른바 '경기장 오페라'와 뚜렷이 대별되는 대목이다.
무대와 객석간의 최대 거리는 65m. 게다가 반원형 계단식 무대다. 어디에 있든 음향적 차이는 미세하다.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이나 바그너가 가장 이상적인 오페라 극장을 꿈꾸며 지은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 등의 하드웨어와 흡사하다. 박 대표는 "지휘자 정명훈, 연출자 나딘 뒤포 등이 노천극장 현장 점검 후 'amazing'이라며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내 야외 오페라는 1995년 10월 김자경오페라단이 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 무대에 올린 레하르의 오페라 '메리 위도우'로 출발했다. 본격적 야외 오페라는 2005년 5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로 기록된다. 이후 베르디의 '아이다', '비제의 '카르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등이 잇달아 공연됐다.
야외 오페라는 날씨라는 복병을 숙명처럼 달고 다닌다. 비 올 경우는 다음 날로 순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그래서다. 비가 오면 일단 캠퍼스 내 관객들이 인근 건물로 옮겨 비를 피하도록 하고 30분 이상 내릴 경우 공연은 공식적으로 연기된다. 베로나오페라페스티벌 등 해외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관행을 따른 것이다.
무대의 제작비는 50여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티켓 값이 매겨지지 않았는데, 6월 중순께 최저 3만원 선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7월 프랑스의 야외 오페라 축제인 오랑쥬페스티벌에서 먼저 선보인다. 현재 잡힌 공연 일정은 8월 28ㆍ30일 오후 8시, 9월 1ㆍ2일 오후 7시 30분. 070-4616-6768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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