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부당거래를 집중 점검키로 하고, 카드사들에게 가맹점 계약 체결 및 연장 시 유의사항을 통보했다. 사실상 대형가맹점에 대해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주지 말라는 주문인데, 카드사로서는 슈퍼 갑(甲)의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이 각종 요구를 해올 경우 거절하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카드사에 발송했다. 가맹점 간 차별대우 금지를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2012년 12월 22일)을 앞두고 대형 가맹점과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것이 요지다. 이밖에 ▦만기 이전 계약 다시 체결 ▦장기 수수료율 계약 체결 ▦별도의 대가 지급 약정 행위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김영기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여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한 요구를 못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시행 전에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장기 지원계약 등이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행위는 수수료 체계개편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문 발송 배경을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대형가맹점의 요구를 뿌리치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이전에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 요구가 들어올 텐데 이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백화점 등이 세일기간에 장기 무이자할부를 요구하고 각종 프로모션 비용을 카드사에 전가할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카드사가 이를 무시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대형가맹점들의 입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대형가맹점 체결 여부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중소카드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카드사들의 경우 홈쇼핑 등 대형가맹점과의 계약에 목을 맨 상황"이라며 "대형 유통업체가 계약 체결 조건이라고 내걸면 장기 무이자할부, 경품 혜택 등을 요구하더라도 수락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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