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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해서라면…" 유럽서도 장기 밀매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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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해서라면…" 유럽서도 장기 밀매 성행

입력
2012.06.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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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실업자 파블 미르코프(50)는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해 이메일을 확인한다. 온라인 장터에 등록한 '매물'을 사려는 구매자로부터 답장이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매물은 다름 아닌 신장(腎臟) 한 쪽. 그는 3만유로(4,364만원)의 값을 매겼다. 그가 6개월 전 정육공장에서 해고된 뒤 가족은 하루 한끼만 먹고 전기료를 아끼려 밤에도 불을 끄고 산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비도 세우지 못했다.

신장을 팔다 걸리면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지만 장기 밀매는 가장 미르코프가 가족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다. 미르코프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신장을 파는 것보다) 돈이 없다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며 "식탁에 먹을 걸 올릴 수 있다면 콩팥을 파는 게 희생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르코프처럼,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동ㆍ남부 유럽에서 장기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NYT는 "전통적으로 중국, 인도, 필리핀 등에서 형성됐던 장기 밀매시장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발칸반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 지역의 가난한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신장, 폐, 골수, 각막 등을 팔러 나섰다"고 1일 전했다.

유럽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장기 밀매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사후 기증 등을 통한 비상업적 장기 이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법인데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 공급을 채워 줄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민단체 오르간 워치는 연간 전세계에서 1만5,000~2만건의 신장 밀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장기 이식 수술의 5~10% 정도가 밀거래 장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까지 머리카락, 모유, 정자 등을 팔겠다는 광고가 등장하고 그리스에서는 신장을 팔려는 사람이 구매자를 찾으러 사설탐정을 고용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이 내놓은 장기는 독일의 부자, 동유럽의 정치인 등에게 공급된다. 일부 주민들은 장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발적 네트워크까지 결성했다. 한때 담배, 도축업 등으로 번성하다 쇠락한 세르비아 돌리바츠의 주민들은 장기와 혈액의 상업 판매를 요청했으나 정부로부터 거절당한 뒤 자체적으로 밀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기 밀거래에 나선 실직자의 상당수가 밀거래 중개를 맡은 범죄 조직으로부터 이용만 당하고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터키 등에서 발생한 장기 밀매 사건을 수사 중인 조너선 레이틀 유럽연합(EU) 특별검사는 "범죄 조직이 장기 수요자와 공급자의 절박함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며 "공급자가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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