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먹구름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G2(미국 중국)의 실물경기마저 짓누르면서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3개의 솥발이 모두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그나마 버팀목이던 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암울한 경기지표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거의 1년 만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조짐이다.
글로벌 증시는 6월 첫날(현지시간) 미국이라는 믿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뉴욕 증시는 가히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이라 불릴만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올 들어 최악인 274.88포인트(2.22%) 폭락하며 작년 말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루 250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은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스닥지수 모두 2% 이상 빠졌다. 독일(-3.42%) 등 앞서 마감한 유럽 증시도 줄줄이 급락했다.
이날 동시다발로 발표된 각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시장의 남은 기대를 앗아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지난달 취업자(비농업 부문) 수는 전달보다 6만9,000명 늘어나는데 그쳐 시장 예상치(15만8,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8.2%) 역시 전달과 시장예측(8.1%)을 모두 웃돌았다.
중국도 악재를 더했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전달보다 2.9포인트 빠져 6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PMI는 두 달 연속 하락 중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누아 앤 신흥시장투자전략 책임자는 "중국의 PMI 부진은 항상 시장 쇼크를 동반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여전히 암울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5월 PMI는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럽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경제대국 독일의 PMI 역시 부진했다. 유로존의 4월 실업률은 11%로 199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사상 최고였다.
당장 우리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수였던 유럽 위기가 G2로 전이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목전에 다가온 만큼 1,800선 붕괴에 이어 더 밀릴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8월 폭락 이후 반등을 주도했던 미국과 중국의 경기호전이라는 재료가 소진했을 뿐 아니라, 실물경기마저 악화국면이라 심각한 상황이 오래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과 중국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걸 감안하면 저점을 1,700선까지 예상한다"고 말했다.
환율은 1,200원 돌파 여부가 관건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환보유고가 아직은 넉넉해 원ㆍ달러 환율이 1,300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1,18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다 중국경제가 중국 정부의 관리가능 범위를 벗어나 흔들린다는 확신이 들면 1,200원을 뚫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브라질, 인도 등 다른 신흥국의 움직임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공조와 각국의 정책대응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6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 중국의 지준율 인하 가능성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지표들이 바닥 수준인 만큼 추가 부양책이 필요한 단계이며, 이를 통해 시장 안정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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