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ㆍ상반기 저조 하반기 회복)' 전망은 물 건너 가는 것일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저하고 전망의 3대 전제는 ▦유로존 위기가 파국 대신 연착륙하고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급등하지 않으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어긋나면 하반기 경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현실은 유가를 제외한 유럽과 중국 두 가지 변수에 갈수록 먹구름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그나마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믿었던 미국 경제마저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금융 영역에 머물던 불안감이 실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핵심지표(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가 연방준비제도의 설립목적)인 고용이 두 달(4,5월) 연속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게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고용 악화는 '미국은 유럽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존 믿음은 물론 하반기 경제 회복에 대한 희미한 기대마저 앗아가는 시그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진국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이 소비 활력을 잃는다면 이는 곧 '세계의 공장' 중국에 직격탄이 된다. 선진국 수출비중이 70%에 달하는 중국으로선 아무리 내수를 키워도 성장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결국 세계 경제의 세 중심축이 모두 휘청거리는 셈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당장 불안심리를 잠재울 강력한 대응신호가 필요하다. 세계는 6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정례회의와 7일 의회 증언에 나서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ECB의 추가 금리인하와 국채매입 재개,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 시행 등이 벼랑 끝에 선 글로벌 경제를 붙잡을 유일한 재료로 꼽힌다. 1일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로 반전된 것도 QE3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일각에선 "이미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 공급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나온 지표로만 보면 세계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은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각국의 정책대응 노력이 잇따를 걸로 보이고 특히 중국이 추가 금리인하와 재정투입으로 부양에 나선다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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