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스나"(맛있다는 뜻의 러시아어)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1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이 직접 만든 한식을 선보이는 이색적 한식 홍보행사가 현지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정부 한식 홍보행사에서 현지인 요리사가 만든 한식이 제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인 요리사를 파견해 한식을 홍보하는 종전의 한식 세계화 전략이 전파속도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 한식요리 코스를 개설하고 현지인 한식 전공 요리사를 양성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는 그 일환이다.
러시아인들을 매료시킨 한식을 마련한 이들은 카리마모바 나피사(19) 양 등 4명. 러시아28대학 학생들인 이들은 1년 코스의 한식 커리큘럼 이수자로서 4일 간에 걸쳐 비빔밥과 소고기불고기 등 한식을 준비했다. 행사에는 러시아 대학 총장, 요리원장, 취재진과 유명한 고려인 3세 작가인 아나톨리 김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비빔밥 재료는 당근, 고사리, 오이, 상추, 버섯, 무였고 참기름을 붓고 고추장을 비벼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한국식과 똑같았다. 나피사 양은 "비빔밥은 참기름이 중요한데 한국 참기름이 없으면 특유의 맛이 안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한식 전문가가 돼 있었다. 반찬으로는 소고기불고기, 호박전, 탕수육, 갈비찜, 잡채, 김치가 나왔고 후식으로 수정과와 식혜가 제공됐다.
한식을 맛본 참가자들은 "꾸스나"를 연발했다. 한국 음식을 처음 맛 본 32대학 오르로바 발렌티나 총장은 "비빔밥이 약간 매웠지만 김밥을 포함해 한국 음식이 다 맛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특히 잡채에 열광했다. 기자인 알렉산드르 크루그로보씨는 "매우 부드럽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유니크한 맛이 있다"며 잡채를 극찬했다. 실제로 한식을 맛본 많은 러시아인들이 당면에서 나오는 특유의 단맛을 좋아해 잡채를 최고의 한식으로 친다. 행사장서 제공된 수정과도 단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감안해 우리가 먹는 것보다 조금 더 달고 생강 맛이 덜 났다.
농식품부는 현재 일본 유명 요리학원인 핫토리(服部)영양전문학교와 미국 드랙셀대, 중국 양저우(揚州)대학에서 학생들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요리 교수들을 파견해 한식을 전수하고 있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한식을 대중성을 갖춘 현지화와 고급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며 현지 입맛에 맞는 한식 요리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지 식성도 알고 한식도 아는 현지 요리사를 배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한식 세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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