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5개월간 일한 후 재생불량성 빈혈이 발병해 투병하던 30대 삼성전자 퇴직자가 또 사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후 악성 뇌종양이 발병해 지난달 7일 사망한 이윤정(32)씨에 이어 삼성전자 및 삼성전기 공장에서 근무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 중 56번째 사망이다.
3일 인권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서 화학물질을 바른 LCD 판넬 자르는 일을 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투병하던 윤모(31)씨가 2일 오후 10시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윤씨는 전북 군산시 모 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당시 혈액관련 질환이나 가족력도 없었다. 윤씨는 시큼하고 독한 냄새가 나는 화학물질이 발라진 LCD 판넬을 자르는 일을 했다. 판넬을 자르는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가루가 날렸지만 윤씨는 면장갑만 끼고 근무했다. 그러던 중 근무 5개월 만에 갑자기 회사에서 쓰러졌다. 18세에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아 13년째 수혈을 받으며 지내왔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는 혈액암으로 방사선이나 벤젠 등에 노출됐을 때 발병하며 80% 이상이 후천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이 병에 걸린 김모(37)씨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한 바 있다. LCD 제작 공정은 반도체 제작 공정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씨는 산재 신청을 준비하던 중 2주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전자 및 삼성전기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유방암 폐암 등의 직업병을 얻었다고 제보해 온 노동자는 총 137명"이라며 "이 중 56명이 병이나 돌연사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20~40대 초반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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