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4명의 후임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일 추천한 후보 13명의 구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법관 교체로 2006년 5명의 대법관이 교체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사법부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추천된 13명의 후보가 모두 보수적인 성향의 법조 엘리트들로 채워져, 대법원 구성이 획일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에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진보적 성향의 인사와 여성 법조인을 안배했던 점과 비교하면 사법부 보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일 대법원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13명 중 9명은 고위직 법관, 3명은 검찰 간부, 1명은 판사 출신 교수다. 모두 법원과 검찰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들로, 이념 성향도 한결같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6월 15명의 대법관 후보가 추천될 당시 학계 2명, 변호사 1명, 여성 1명이 각각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인적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2006년에는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 등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데 비해, 이번 후보군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을 찾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 엘리트들로만 후보군이 형성되다 보니 자연히 비슷한 경력을 가진 몇몇 사법시험 기수에서만 후보가 나왔다. 유일한 학계 후보인 18회 윤진수 서울대 법대 교수를 제외하면 고위 법관 9명 모두 21~23회 출신이고, 상대적으로 승진이 빠른 검찰 출신 3명은 24~25회 출신이다. 사실상 두세 기수에서 '잘 나간다는' 엘리트 법조인들을 추려 후보군을 형성한 것이다. 또 대다수 후보는 법원행정처나 법무부 등의 요직을 비슷비슷하게 오고 간 경력이다. 지방에서만 판사 생활을 한 김신 울산지법원장만이 그나마 예외적이다.
이 역시 사법시험 8~12회 출신 대법관이 다수였던 2006년 대법관 교체 당시와 비교해서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다. 당시 후보군 중 사법시험 11회 채이식 고려대 법대 학장 등 몇 명을 제외하면 비교적 젊은 17~19회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당시 사법부는 2005년에 21회인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을 임명해 기수문화 타파를 꾀하는 등 다양한 인력 구성을 통한 대법원의 건전성 유지에 힘을 쏟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노령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6년 당시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54.5세였으나, 이번 후보 평균 연령은 55.8세로 1.3세 더 높아졌다. 이념적 보수화와 더불어 법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판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판결은 법률에 대한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에서 시작한다"며 "항상 1등을 하면서 엘리트로 살아온 사람들에 의해 판결이 이뤄진다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비주류의 가치는 자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들이 퇴임하면서 대법원 내 치열한 토론이 줄어들고 있다"며 "대법관의 인적 구성이 획일화되면 그만큼 대한민국 사법의 틀과 방향성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법관 출신의 모 변호사는 "보수화 자체도 문제지만, 비슷한 사람들로 대법원이 구성되는 것이 더 나쁘다"며 "주류의 시선으로 획일화된 판결이 나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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