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작은 도움이 남수단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22)가 '남수단 학교 100개 세우기' 프로그램에 7,000만원을 쾌척했다. 7,000만원은 남수단에 작은 학교 하나를 건립할 수 있는 돈이다.
천주교 살레시오 수도회는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을 방문, 원선오(84ㆍ본명 빈센트 도나티) 신부와 공고미노(73ㆍ본명 지아코모 고미노) 수사를 만나 성금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 성가 10여곡을 작곡하기도 한 원 신부는 1961년부터 20년간 광주 살레시오고에서 사목한 뒤 아프리카로 건너가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건립 성금 모금을 위해 지난달 7일 공 수사와 방한했다.
남수단은 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신생 독립국. 학생들은 맨바닥 나뭇그늘 학교에서 공부하는 등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원 신부는 "어느 인터뷰에서 스텔라(김연아의 세례명)가 왕년의 피겨 스타 미셸 콴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기로 마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꿈을 이뤘고 희망이 없는 곳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삶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남수단의 아이들에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베풀어준 김연아는 진정한 챔피언"이라며 "이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아와 원 신부의 만남은 지난달 21일 원 신부가 띄운 한 통의 편지가 계기가 됐다. 원 신부는 국내 몇몇 인사들에게 남수단 촌락에 작은 학교 100개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알리고 이에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김연아가 "적극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살레시오회는 "김연아가 '1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아프리카 토고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당시 아프리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신부님 일을 돕고 싶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성금 전달식에서 김연아는 "아이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스포츠인으로서 가난한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늘 관심 있게 살피고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원 신부는 감사의 의미로 직접 아코디언으로 '다뉴브 왈츠'를 연주하고 아프리카 토산품 파피루스에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그려진 기념품을 전달했다. 원 신부와 함께 학교 짓기 운동을 하고 있는 공 수사는 남수단에 세워지는 학교 중의 하나를 '김연아 학교'로 명명할 계획을 밝히면서 "장차 세워질 학교 현판에 새겨 넣겠다"며 김연아의 사인을 받았다.
살레시오회 관계자는 "원 신부는 김연아에게 학교가 완공돼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는 때가 되면 꼭 방문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며 "김연아가 학교를 찾아 남수단 어린이들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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