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법관추천위원회가 내달 퇴임하는 대법관 4명의 후임 후보들을 추려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금주 중 이들 13명 후보 중에서 4명을 확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게 된다. 이번에 임명될 신임 대법관은 흔들리는 국가사회의 중심을 잡고, 허물어진 법치를 다시 세우며, 안팎으로 거센 변화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그 책임이 막중하다. 대법관 인선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특별히 다양성이 강조된 것도 이 같은 시대적 책임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자면 추천된 13명 후보의 면면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외형적으로 볼 때 여성 대법관 후보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내달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하게 되면 14명 대법관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만이 남게 된다. 다양한 견해와 시각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 구성요건에서부터 도리어 퇴행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양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평생법관제의 정착을 돕기 위해 법원장을 마친 뒤 퇴임 대신 일선 법관을 택한 고위법관이 한둘쯤은 포함될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간 점도 아쉽다.
물론 비(非)서울대 출신 법관과 향판들을 여럿 배려함으로써 최소한의 다양성을 고심한 흔적은 평가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대목은 여전히 대법관을 여전히 고위법관의 최종 승진코스로 여기는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점이다. 검찰 출신 3명과 법학교수 1명을 뺀 9명 전원이 법원 현직이다. 우리 대법관 업무의 특성상 비법조인 출신은 아직 무리라고 해도, 적어도 일정 기간 재판정을 떠나 일반사회와 국민의 다양한 현실과 견해를 직접 접한 경험은 변화를 반영하고 구체적 현실과 분리되지 않는 판단을 하는데 매우 긴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최종 인선은 대법원장과 대통령에 달렸다. 후보군이 구성된 이상 이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인물들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법관의 자질과 덕목이 뭔지를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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