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휴대폰깡'을 알게 됐어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해서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용돈 벌이를 했어요."
돈이 필요한 사람을 꾀어 휴대폰 명의를 도용해 불법대출을 한 혐의로 입건된 김모(17)군은 3일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봉이 김선달'식으로 돈을 벌었던 대출브로커 김군의 '휴대폰깡'대출 방법은 이렇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대출의뢰가 들어오면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인적 사항에 대한 정보를 받은 후 게임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산다. 해당 게임사이트들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결제 요청을 하고, 승인번호 등 결제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피해자를 통해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승인번호를 다시 김군에게 넘겨주면 김군은 게임사이트를 통해 지급받은 게임머니를 아이템중개 사이트를 통해 현금화 시켰다.
김군은 현금화한 돈의 90%를 대출 의뢰자에게 주고 대략 10%를 선이자로 받아 챙겼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는 대출 중개 브로커 노릇으로 김군은 작년 말부터 7개월 동안 100여명에게 1,5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선이자로 받은 수익은 150만원이나 됐다.
피해자 다수는 20대 대학생이었다. 대학생 피해자인 성모씨는 "어디서 돈을 빌릴 곳이 마땅하지 않은 터에 휴대폰깡을 통해 생각보다 간단히 돈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심한 경우 10만원을 소액 결제해 대출했는데 3만원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연이율로 치면 적게는 400%에서 많게는 1,500%에 달하는 수준. 법정이자율인 연 39%와 비교해보면 터무니 없는 금리. 하지만 당장 돈이 아쉬운 피해자들은 간단한 방법으로 돈을 구할 수 있는 '휴대폰깡'수법에 유혹되고 말았다. 손쉬운 대부사업에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실직자까지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일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들의 휴대전화로 소액 결제를 한 뒤 그 금액의 30~65%만을 빌려주는 이른바 '휴대폰깡'을 통해 무등록 고리대부업을 한 혐의로 피의자 김모(31)씨 등 5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들 중 10대 청소년 3명도 포함돼 있다. 경찰관계자는 "불법대출의 온상이 되고 있는 아이템 거래소 사이트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