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이 맞붙었다"
10일과 17일 1ㆍ2차 투표를 치르는 프랑스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은 바로 파드칼레 데파르트망(프랑스의 지방행정구역)의 에냉-보몽 선거구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나란히 3ㆍ4위를 차지한 두 사람이 다시 자웅을 겨루는 선거구이기 때문이다. 바로 극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와 극좌파 장 뤽 멜랑숑 좌파전선 후보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는 두 급진 후보의 소식을 전하며 이번 대결은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두 후보에게 매우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15년 만에 FN의 원내 진출을 노리는 르펜에게 이번 선거는 대선만큼이나 중요한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대선 1차 투표 당시 르펜은 이 지역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이곳에서 승리, 의회에 입성하면 집권 사회당과 거대 야당 대중운동연합(UMP) 사이에서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고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멜랑숑 역시 사회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면 르펜을 따돌려야 한다.
대선에서는 르펜이 이겼지만 총선은 예측 불허다.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 14명이 경쟁하는 1차 투표에서는 르펜이 이기지만 양자 대결인 2차 투표에서는 멜랑숑의 승리가 유력하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정반대에 자리한 두 후보는 부동층 지지율 확보를 위해 상대 후보를 비판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멜랑숑은 "프랑스 노동운동의 심장부인 이곳에서 (극우파) 르펜이 당선된다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FN 흡혈귀들을 쫓아낼 햇볕을 비추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르펜은 "(노동자의 대표를 표방하는) 멜랑숑은 노동자들과 유리돼 있다"며 "그는 프롤레타리아라기보다는 보보스(보헤미안 성향의 부르주아)"라고 정체성을 규정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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