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매실 수확의 계절입니다. 매실은 건강, 특히 숙취해소나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서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요.
용기에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넣어서 시원한 곳에 보관하면 매실청이 됩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년에 판매되는 설탕의 47%가 햇매실이 나오는 6월에 팔릴 정도라고 합니다.
이 매실청은 어떤 용기에 담그는 것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투명한 유리 용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항아리가 더 좋다고 합니다. 발효되면서 탄산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용기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용기를 사용할 때는 변질을 막기 위해 뚜껑을 종종 열어주어야 합니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이 간단하지만 유용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투명 용기의 뚜껑에 '숨구멍'을 뚫은 것입니다. 락앤락이 내놓은 '숨쉬는 유리용기'(사진)는 과실주나 장아찌 등을 담그는 유리용기 뚜껑에 '숨 밸브'라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구멍 안쪽의 실리콘이 평소에는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지만, 발효가 진행되면서 탄산가스가 가득 차면 실리콘이 밀려나오며 가스가 저절로 빠져 나갑니다.
같은 회사의 '런치박스 도시락'도 구멍을 내서 인기를 얻은 제품입니다. 몇 년 전 한 고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아들에게 보온 도시락에 갓 지은 따끈한 밥을 싸줬는데, 고사장에서 도시락 뚜껑이 열리지 않아 점심을 못 먹었다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후 락앤락은 런치박스 도시락의 모든 제품 뚜껑에 진공 해제 기능을 하는 수증기 배출구를 뚫었습니다. 뜨거운 밥을 넣고 김을 빼지 않은 채 바로 닫더라도 수증기 배출구의 실리콘 패킹만 빼면 도시락을 쉽게 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유한클로락스의 37년 장수 제품 '유한락스'는 지난 3월 출시 후 처음으로 용기를 바꾸면서 구멍을 뚫었습니다. 락스는 욕실과 주방을 살균하고 청소하는데 꼭 필요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사용할 때 용액이 튀어 옷이 탈색되는 등 불만이 제기돼 왔습니다. 구멍을 낸 후로는 용액을 따를 때 공기가 빠져나가 용액이 튀지 않게 됐으며, 월 판매량도 1만개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작지만 유용한 아이디어는 좋은 품질과 멋진 디자인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신뢰와 감동을 줍니다. '작은 구멍'을 뚫는 일 역시 그러한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의 불만을 '밀폐용기가 원래 그렇지', '김을 빼지 않고 뚜껑을 닫으니 그렇지' 하고 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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