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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처형하라" 이집트 분노의 시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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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처형하라" 이집트 분노의 시위 물결

입력
2012.06.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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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법원이 2일(현지시간)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과 집권 기간(1981~2011) 부정축재 혐의로 기소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84)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무바라크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인 셈이다. 이로써 민주화 시위 발발 이후 지난해 2월 권좌에서 물러난 무바라크는 자국에서 열린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첫 지도자로 기록됐다. 검찰은 시위대 850여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무바라크에게 지난달 말 사형을 구형했다. 지난해 8월 재판이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사법적 단죄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등 '아랍의 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바라크의 집권 기간을 '암흑의 시대'로 규정한 뒤 "유혈 진압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징역 25년형을 내렸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장관에게도 25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무바라크의 두 아들 가말, 알라의 부패혐의와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시위 유혈진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일부 방청객은 '신의 판결은 처형'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법정 밖에서는 무바라크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충돌해 최소 20명이 다치고 4명이 체포됐다. 이집트 당국은 군경 7,000명을 경찰학교 안팎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재판이 끝난 뒤 무바라크는 카이로 인근 토라 교도소에 수감됐다. 국영 메나통신은 "헬기에 태워 교도소로 이송 도중 무바라크가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등 건강상 위기를 겪었다"고 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BBC방송 등 외신은 종신형 선고에 불만을 품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 '아랍의 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해방구 역할을 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날 최대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살인자들을 처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월 유혈 진압 과정에서 아들을 잃었다는 라마단 아흐메드는 "정의는 죽었다"며 "엉터리 재판이자 코미디"라고 분개했다.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잇달았다.

이번 판결은 16, 17일 실시되는 대선 결선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바라크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무슬림형제단은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 간부 6명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대규모 시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샤피크 후보는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현지 국영매체 알 아람은 "청년 수십 명이 카이로 남부 파이욤에 있는 샤피크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 침입해 집기를 부수고 사진을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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