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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위키드' 볼거리·이야기·노래 3박자 탄탄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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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위키드' 볼거리·이야기·노래 3박자 탄탄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 이름값

입력
2012.06.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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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이 없다. 채도 높은 의상 등 풍부한 시각적 요소와 폭발적 고음을 입힌 삽입곡, 톱니바퀴 물리듯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구조까지. 웰 메이드 상업 뮤지컬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뮤지컬계의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위키드'가 지난달 3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막을 올렸다. 2003년 초연 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브로드웨이 대표 흥행 뮤지컬로 현재 뉴욕뿐 아니라 런던 웨스트엔드와 일본,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공연 중이다. 한국 초연인 이번 무대는 3년 4개월 간 호주와 싱가포르 공연을 마친 호주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공연이다.

무대 중앙 상단부의 날개를 펼쳤을 때 좌우 길이가 6m나 되는 거대한 시간의 용 '타임 드래곤'이 포효하면 관객은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한'(odds) 가상의 나라 오즈(OZ)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누구나 흔히 아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 의 전편 격인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1995년 작 <위키드: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 이 원작이다. 토네이도에 휘말린 도로시가 집째로 먼치킨시에 떨어지면서 나쁜 동쪽 마녀를 물리치고 영웅이 된 이면에 마녀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으리라는 기이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동쪽 마녀의 언니인 서쪽 마녀 엘파바(젬마 릭스)와 착한 북쪽 마녀로 알려진 글린다(수지 매더스). 도로시가 오즈에 나타나기 전 사실 엘파바와 글린다는 같은 마법학교를 다닌 친구이자 룸메이트였다. 초록 피부의 괴상한 외모에 퉁명스럽기까지 한 엘파바는 알고 보면 정의롭고 용감하다. 글린다는 금발에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허영심 강한데다 백치미까지 풍긴다. 서로 상반된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됐고, 왜 오즈 사람들에게 각기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 알려지게 됐는지 그 내막이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펼쳐진다. 350벌의 의상과 69개의 가발이 동원됐고 54개의 장면이 각각 확실하게 구별되는 조명과 분위기로 연출된다.

저마다의 다양성을 이해하며 성숙해 가는 여성의 성장 드라마라는 기본 골격에 도로시와 함께 다니던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의 탄생 비화 등이 독특한 재미를 더한다. '건국신화 없는 미국의 건국신화'로까지 불리는 <오즈의 마법사> 의 상세한 줄거리가 한국 관객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지만 공들인 자막이 그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에구머니나'를 '오즈머니나'라고 하거나 '멘탈붕괴' '?障?등의 은어와 이모티콘을 과감하게 사용했고, 글자 크기를 일시적으로 키워 감정의 고조를 살렸다. 다만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스크린 자막기 대신 LED 패널을 사용한 것을 두고는 오히려 눈이 피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Defying Gravity'(중력에 맞서) 등의 대표곡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배우들의 기량은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대표되는 비극적 멜로드라마의 카타르시스를 유독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체로 모든 연령과 성별, 취향을 아우를 만한 공연이다. 종연 일자를 정하지 않은 오픈 런 공연이며 현재 티켓은 7월 31일분까지 판매 중이다. 1577-3363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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