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고양이와 기묘한 동거에 돌입한 적이 있다. 우리 며느리, 애가 안 생겨서 고생했는데 덜컥, 그랬지 뭐야. 전화를 끊고 달려간 한 시인 선생님 댁에서 백호 털옷을 입은 빼미와 쭈니를 만났다. 품종은 스코티시폴드, 한 살배기 암놈들. 러시아에서 비행기 타고 온 귀한 녀석들이라고 했다.
나도 못 가본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콧바람을 쐬고 왔다니, 게다가 끝내주는 혈통이라니. 그날부터 고양이에 대한 경례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전도 알아 모셔야 대우 받는 법, 고양이는 밤낮없이 울어댔고 냉장고 위에서 잠을 청했고 똥오줌 따로 가린다면서 오줌은 유독 내 침대에 싸댔고 이유 모르는 나는 급기야 고양이와 꼬리잡기를 하다 할큄을 당했고 참다못해 바리바리 짐을 싸서 부모님 댁으로 녀석들을 귀양 보낸 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실비실 고양이들이 살 오르고 윤기 나는 털을 자랑하는 걸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았던가.
매일 새벽 5시에 눈 뜨자마자 다랑어 캔을 손에 묻혀 먹이는 아빠의 정성이라나. 가끔 사료나 집에 보내는 것으로 옛 수하의 의무를 다하던 나는 고양이를 떠나 보낸 뒤에야 관련 도서들을 읽으며 녀석들을 이해하는 뒷북치기에 바빴다.
늦은 밤 도로 위를 쏜살같이 가로지르다가 빵빵 차들의 클랙슨에 야옹야옹 놀란 제 속내를 토해내던 고양이를 보았으니 부디 기사 아저씨들, 신경질은 알겠는데 쌍욕만은 참아주세요. 에이, 고양이잖아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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