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유럽산 프라이팬의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원가보다 2.9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마진을 수입가의 2배 가까이 붙여 파는 독점적 유통구조 탓이다. 유통단계가 긴 국내 백화점들의 프라이팬 판매가는 비슷한 유럽 백화점보다 57% 이상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3일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공개한 국내외 프라이팬 판매가격에 따르면 한ㆍ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철폐로 수입원가가 평균 8.3% 하락했는데도 프라이팬 가격인하 정도는 제각각이었다. 작년 6월과 올해 5월 소비자가격을 비교한 결과, 독일 WMF의 세라룩스는 20.1%(22만4,000원→17만9,000원), 휘슬러 알룩스 프리미엄은 6.5%, 이탈리아 TVS블랙뷰티는 4.7% 인하된 반면, 독일 볼(WOLL)의 로직, 프랑스의 테팔 나츄라는 가격변동이 없었다. 연합회는 “세라룩스를 뺀 모든 제품이 소비자가를 수입원가 하락분보다 덜 내렸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의 횡포도 심했다. 국내 프라이팬 시장의 60%를 점유한 4개 수입 알루미늄 프라이팬의 소비자가는 수입가보다 평균 2.9배, 제품별로는 2.45~3.46배 높았다. 결국 수입ㆍ유통업체 몫이 수입가의 1.9배에 달하는 셈인데, 연합회는 “인건비, 매장비 등 판매비용을 고려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독점 계약업체들의 마진 폭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제품도 어디에서 파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컸다. 백화점을 100으로 봤을 때 대형마트는 82.5, 전통시장은 74.3, 온라인쇼핑몰은 69.9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휘슬러, 볼, WMF 등 4개 고가 프라이팬의 경우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이 외국백화점보다 3~57.4% 비쌌다.
연합회는 “프라이팬은 구입 후 애프터서비스(A/S) 필요성이 높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수입업체들이 A/S를 해 준다”며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를 당부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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