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조경민(54) 전 오리온그룹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초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지 1년3개월여 만에 또 다시 검찰에 불려온 것이다. 당시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조 전 사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현재 풀려난 상태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날 조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미 비자금 조성 방식과 규모를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조 전 사장 소환을 기점으로 수사가 정관계 로비 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사장 소환에 앞서 그가 스포츠토토 임직원과 짜고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 용지제조업체와 광고업체 등 특정 협력업체에 물량을 몰아준 뒤 뒷돈을 챙기는 방식으로 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임직원 급여를 과다 책정한 뒤 그 중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도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스포츠토토 재무담당 부장 김모(42)씨는 횡령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일정 기간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재심사를 거쳐 복권 사업을 연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비자금 중 일부가 정ㆍ관계로 흘러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이번 수사는 기본적으로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를 검찰이 확인 중이어서, 그룹 고위층으로 수사의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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