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0, 11시에 퇴근하는 일과가 어느새 12년이 됐네요."
상장 기업 분석에 매달리느라 아직도 결혼은 뒷전인 KTB투자증권 김민정(39) 애널리스트가 해외언론이 주목하는 아시아 최고의 증권 분석가로 우뚝 섰다. 지난달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11년 아시아 지역 식음료 분야 1위, 국내 1위 애널리스트에 뽑힌 데 이어 30일에는 파이낸셜타임즈(FT)가 뽑은 아시아 지역 베스트 애널리스트 '톱10'에 잇따라 선정된 것이다.
WSJ과 FT의 순위 선정은 펀드매니저들의 인기투표 형식인 국내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과는 달리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종목의 수익률을 기반으로 평가된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의 정확도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김 연구원의 경우는 그가 매수를 추천했던 롯데삼강이 작년 11개월간 104% 오른 것이 높이 평가됐다. 김 연구원은"증시에서 비중이 작은 업종들을 맡고 있는데, 수익률로 최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줘서 뿌듯하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맡고 있는 음식료 업종은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3%대다.
그가 밝힌 베스트애널리스트 선정 비결은 부지런함과 소신이다. 김 연구원은 "남들보다 실적 체크를 자주하면서 회사의 작은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료 부문을 맡은 지 5년이 됐다. 현재 음식료 10개, 화장품 2개사를 담당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애널리스트 한 명이 맡는 업종(7, 8개)보다 많은 편이다. 써야 할 보고서가 1년에 96개가 넘고, 업종 관련 뉴스를 체크하고 기업 탐방을 나가고 펀드매니저들 앞에서 발표를 마치고 나면 하루가 정신 없이 흐른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바쁜 일과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뚜렷한 소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동료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을 때 부담감을 느낀다. 동시에 비슷한 의견을 내 묻혀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이런 모순된 스트레스 속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정확한 데이터와 뚜렷한 소신 없이는 오래 버티기 힘든 곳이 애널리스트의 세계다. 김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상승세인 업종과 회사를 좋게 평가하고, 현재 주가흐름이 좋지 않은 회사에 비판적 보고서를 작성하기는 쉽다"며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입장을 표명하는 애널리스트들을 보면 늘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 흐름을 거스르며 특정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냈다 해당 회사와 관계가 틀어져 곤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특정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은 해당사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가 아니라, 기업과 업종의 변화의 흐름을 한발 앞서 잡아내 작성해야 한다"며 애널리스트의 고충을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애널리스트를 지망생들에게는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는 결코 고상하거나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라며 "자기만의 의견을 내놓기까지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하는 몸이 고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자료를 찾는다거나 숫자를 입력하는 등 단순업무를 도맡는 RA(Research Assistant)과정을 2년 정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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