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친박계 독식 시대'가 열렸다. 친박계는 당 대표 외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 3역도 모두 차지했다. 1일 현재 임명 또는 내정된 선출직 및 지명직 당직자 15명 중 무려 11명이 친박계다. 이날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도 친박계인 강창희 의원이 승리함으로써 친박계는 당과 국회 수뇌부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2007년 8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비주류로 전락했던 친박계가 명실상부한 주류로 자리잡은 것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주류가 된 친박계가 책임정치를 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당내에는"견제와 균형을 위한 통로가 없어졌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새누리당의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된 강창희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인사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원로자문그룹인 이른바 '7인회' 소속이다. 황우여 당 대표 당선에 이어 친박계가 당과 국회의 수장을 싹쓸이한 것이다.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친박계 정갑윤 의원을 제치고 당선된 것은 친박계 독식에 대한 의원들의 걱정과 위기의식이 그 만큼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와 함께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정된 이정현 전 의원은 수년 동안 박 전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해 온 친박계 실세이다. 호남 출신인 그는 4ㆍ11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39.7%의 득표율을 기록한 공을 인정 받아 최고위원단에 입성하게 됐다. 인선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 전 의원을 임명하면 '박근혜 사당(私黨)'이란 비판이 거세질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황 대표의 의지가 강해 결국 관철됐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 중 한 명은 친이계 인사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 소속 9명 중 7명이 친박계로 채워지게 됐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친박계 조원진 의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박 전 위원장이 영입한 조동원씨가 맡게 됐다. 그나마 사무1부총장엔 비박(非朴) 진영의 신성범 의원이, 사무2부총장에는 친박계 김태원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한 당직자는 "친박 색채가 강한 조원진 의원 대신 쇄신파 의원을 앉히자고 천거했지만 거부 당했다"고 말했다.
당내엔 "친박계의 독식이 당의 역동성을 빼앗고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줘 결국 대선 본선에서 독(毒)이 될 것"이란 지적이 무성하다. 그러나 한 친박계 인사는 "현 정권 들어 친이계가 모든 자리를 싹쓸이했을 때 우리가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느냐"면서 "더 이상 친이, 친박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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