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니나 자블론스키 지음ㆍ진선미 옮김/양문 발행ㆍ328쪽ㆍ1만7800원
여성의 피부색이 남성보다 하얀 이유는 뭘까.
미국 펜실베이나주립대 인류학과 니나 자블론스키 교수는 답을 비타민D에서 찾는다. 하얀 피부는 햇볕 흡수를 막는 멜라민 색소가 적어 비타민D를 다량으로 합성할 수 있다. 임신했을 때 태아에게도 나눠주려면 이 비타민을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은 옅은 피부색을 갖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만약 공급된 비타민D가 충분하지 않으면 신생아는 뼈가 단단해지지 못하고 변형되는 구루병을 앓게 된다.
<스킨> 은 이처럼 피부와 얽힌 인류의 진화와 피부가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하나 둘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인류가 다양한 피부색을 갖게 된 원인이 뭐고, 피부색이 어떻게 인종주의의 토대가 됐는지 등 눈길 끄는 여러 주제가 잘 녹아 있다. 스킨>
인류가 매끈한 피부를 갖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도 그 중 하나. 저자는 인류의 피부가 털이 없는 쪽으로 진화하는데 땀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땀은 증발하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아가 체온을 낮춘다. 그런데 몸이 털로 덮여 있으면 털이 땀에 젖게 되고, 이는 담요 같은 역할을 해 피부에서 열이 방출되는 것을 막는다. 털 없는 매끈한 피부가 활동하기에 훨씬 효율적이란 말이다. 만약 인류가 털북숭이라면 매 순간 헐떡였을 지도 모른다. 개는 헐떡일 때 입 속에서 증발이 일어나 체온을 낮춘다.
이런 작은 진화가 인류의 뇌를 키웠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저자는 인류가 택한 매끈한 피부가 몸 안에서 순환하는 혈액의 온도를 큰 차이 없이 유지하는데 적합했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한 뇌 용량(1300cc)이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으나 털이 수북한 침팬지의 평균 뇌 용량은 400cc다.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외피 정도로만 생각했던 피부에 숨겨진 의미를 탐색하며 저자는 "피부는 곧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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