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팜탄 폭격으로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소녀가 벌거벗은 채 울부짖으며 거리를 내달린다. 후잉 콩 우트(61) 기자가 1972년 6월 8일 촬영, AP통신을 통해 전세계로 전송한 이 흑백사진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고발해 반전운동의 상징이 됐다. 사진 탄생 40년을 앞두고 AP통신이 1일 우트 기자와 사진 속 주인공인 ‘네이팜 소녀’ 킴 푹(49)을 재조명했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우트 기자는 교전이 치열하던 남부 짱방지역의 한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그날 병사들이 현장을 벗어나라고 급하게 외치자마자 마을 사원 주변으로 네이팜탄이 날아들었다. 폭음과 불꽃으로 마을이 아수라장이 된 바로 그 순간 가족과 함께 사원에 숨어있던 아홉 살 소녀가 정신 없이 내달렸다. 불길이 왼쪽 팔에 옮겨 붙자 옷도 벗어 던졌다.
우트 기자는 공포에 질린 소녀를 보며 셔터를 누른 뒤 푹을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우트 기자는 인터뷰에서 “울부짖던 푹을 보니 울음이 나왔다”며 “내가 돕지 않아 푹이 사망했다면 자살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사진은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시 AP통신은 벌거벗은 사진을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트의 상사가 사진의 가치를 직감하고 송고를 강행했다.
폭격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던 푹은 현재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우트 기자가 찍은 사진의 힘을 깨달았다면서 “사진을 위대한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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