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 저문 자정 무렵 어둠으로 덮인 숲 속 나지막한 수풀 사이로 초록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며 올라온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깨알같이 작은 불빛들은 군무라도 추듯 숲 속 이곳 저곳을 날라 다니며 자신들만의 향연을 펼친다. 하늘의 은하수가 땅 위로 내려앉은듯한 이곳은 올해로 4회째 반딧불이 축제(6월 9일 개막)가 열리는 충북 옥천군 석탄리 안터마을이다. 유충 때 다슬기와 달팽이 등을 먹고 자라는 반딧불이는 과거 시골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으로 이제는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무주의 반딧불이와 그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 될 정도로 지금은 그 존재 자체가 희귀할 정도다.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인 대청호 주변이라 비교적 깨끗한 환경이 보존돼 운문산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이곳 주민들에게 올해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직선거리로 1Km 가량 떨어진 인근 동이면에 161만여㎡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허가됐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반딧불이와 겨울에는 빙어가 노니는 곳인데 골프장 건설로 이들을 볼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박효서 석탄리 이장의 한숨이 어두운 밤공기만큼 낮게 깔린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다시금 우리 주변을 돌아 볼 때다.
옥천=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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