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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아프간戰 11년 만에 발 빼는 美…홀가분 할 판? 마음 졸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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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아프간戰 11년 만에 발 빼는 美…홀가분 할 판? 마음 졸일 판!

입력
2012.06.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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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지난달 22일 정상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출구전략을 공식화했다. 9·11 테러의 원흉인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당시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채 알카에다를 비호한 탈레반 세력을 몰아낸다며 미국이 2001년 전쟁을 시작한지 11년 만이다. 아프간 정부로의 치안권 이양(2013년 중반)과 모든 전투병력 철수(2014년 말), 재건비용 지원(2015~2024년) 등이 주 내용이다.

얻을 것 보다 잃은 게 더 많은 전쟁

아프간군을 도울 훈련임무 병력을 제외한 모든 전투병력을 철수키로 해 사실상 전쟁 종식을 선언한 미국의 행동은 철저히 계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이후 전쟁 명분이 크게 약해지면서 미국 내 반전여론은 고조됐다.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4일 "오바마 행정부 이전 약 3만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이 2010년부터 9만명까지 늘었다"며 "이 병력을 향후 10년간 유지하려면 1조달러(1,178조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연간 41억달러(4조8,300억원)인 재건비용의 절반을 10년간 지원한다는 출구전략은 '남는 장사'라고 분석했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국제안보지원군(ISAF) 13만명 중 미군을 제외한 4만명이 속한 NATO 국가들의 반응도 미국에게는 부담이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애완견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미국에 호응하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NATO 회원국 수장이던 전쟁 초기와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대선 공약대로 올해 자국군 철수를 거듭 밝혔다. BBC방송은 28일 "프랑스는 올해 철군하는 대신 다른 회원국보다 많은 연간 2억5,000만달러(2,945억원)를 재건비용으로 내기로 했다"면서 "스페인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가 심한 국가들이 매년 재건비용으로 1억달러(1,178억원) 이상을 제때 지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ISAF 철수 후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공조는 최악의 시나리오

출구전략은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재건비용 지원이 끝나는 2024년 말부터 아프간 정부가 치안군 재정과 병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종 완료된다. 아프간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앞으로 10여년간 근대화와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미국과 나토의 복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나 25일 ISAF 철수 후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공조해 인접국인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탈취하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다시 아프간을 점령해 극렬 이슬람 정부를 세우고, 알카에다는 핵무기를 탈취해 과거 재래식 무기로 무장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전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이다. 가디언은 "10년이란 시간은 매우 길다"며 "이런 상황은 ISAF 철수 후 5년 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시나리오는 물론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전제에서다.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의 절대 다수인 90%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운영자금으로 흘러간다는 분석이다. 탄탄한 자금줄을 가진 탈레반은 아직도 아프간 남부와 산악지대를 장악, 호시탐탐 아프간 정부 붕괴를 노리고 있다. 탈레반은 예전부터 ISAF가 철수하면 수도 카불을 점령,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단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은 알카에다에게는 없어졌던 친정이 다시 생기는 것과 같다. 알카에다는 탈레반이 1996년 9월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수립한 뒤부터 탈레반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인 2001년 말까지 아프간 땅을 근거지로 삼았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알카에다는 마음 편히 마약과 무기 밀매, 인신매매 등을 도구로 세력 재건에 나설 수 있다.

BBC방송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파키스탄과 이란,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이권을 노리며 아프간 정세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방송은 이어 출구전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을 앞둔 백악관이 영원한 우방을 자처하던 아프간을 버리고 서둘러 발을 빼는 모습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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