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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황형'… 질 떨어지는 무역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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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황형'… 질 떨어지는 무역흑자

입력
2012.06.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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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재정위기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하지만 내수침체로 수입이 더 부진한 탓에 무역흑자는 두자릿수 흑자를 냈다.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472억 달러, 수입은 4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24억 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다.

하지만 흑자의 질은 매우 나쁘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왕성해져 수입이 늘고 하지만 수출은 더 많이 늘어 흑자가 나는 '호황형' '선순환형' 흑자가 아니라, 수출이 줄었는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생기는 '불경기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0.4% 감소했는데, 벌써 3개월째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수입도 1.2% 줄었고 이 역시 3개월째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줄어든 것은 대외경제상황의 악화 때문이다. 유럽은 심각한 재정위기 중이고, 미국은 리먼사태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마저 성장둔화조짐이 역력하다. 중국(-10.3%)과 유럽연합(-16.4%), 미국(-16.5%) 등 우리나라 3대 수출시장의 신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자동차부품(11.9%), 일반기계(10.3%) 철강(6.2%) 등의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선박(-17.4%)이나 무선통신기기(-35.7%) 등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수입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소비재와 자본재 도입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 고유가가 주춤하면서 원자재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흑자 보다는 흑자의 질을 더 주목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구조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국내 경기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지상 국제무역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EU의 재정위기가 지속하는 데다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 여건이 쉽지 않다"며 "올 하반기 까지 수출과 수입의 동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수출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올해 연간 수출입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 한진현 무역투자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EU 재정위기 폭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경기가 불투명해 수출 여건이 안 좋아진 데다가 국제 원유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서 수출과 무역수지 전망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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