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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름다운 외출' 100여년 전 금기에 맞서 싸웠던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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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름다운 외출' 100여년 전 금기에 맞서 싸웠던 '그녀들'

입력
2012.06.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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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출/실라 로보섬 지음·최재인 옮김ㆍ삼천리 발행·480쪽·2만3000원

답답한 집안에서의 탈출은 현대 여성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선사했지만 그 대가로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지게 했다는,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고 더딘 변화의 결과를 현 세대가 누리고 있다면, 다음 세대에는 그보다 진일보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열어주어야 하므로.

애인과 결혼 대신 동거를 택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히는 이가 있었고, 피임법을 인쇄해 알린 '죄'로 숱한 여성들이 투옥됐다. 남성의 보호 없이 홀로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문란하다고 여겨졌으며, 밋밋한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고 밤새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면 원색적인 비난을 무릅쓸 용기가 필요했다. 불과 100여년 전 여성의 일상이다.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실라 로보섬은 에서 19세기 미국과 영국의 여성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을 통해 100여년간 서서히 변화된 여성의 일상을 통찰한다. 연애, 결혼, 출산과 피임, 가사노동 등의 사적인 영역부터 인종, 임금노동, 여성 참정권, 사회복지 등 공공의 영역에 걸쳐 일어난 변화는 여성 혁명가들의 투쟁의 산물이었다. 관습과 사회적 통념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도라 러셀, 옘마 골드만, 제인 애덤스, 마거릿 생어 등 '모던' 여성들이 있었고, 수많은 무명씨들이 그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저자는 그들의 거친 외침이 남긴 유산이 비단 여성의 권익 신장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질문을 가능하게 해줬다는 점. 더불어 변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의 씨앗을 남겨주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루이스 웨이스브루커(1826 ~1909)의 말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첫 발자국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 다음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리가 직접 하자고 결심하는 것이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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