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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최고령 현업 만화가 야나세 다카시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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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최고령 현업 만화가 야나세 다카시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12.06.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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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떼어주는 기발한 발상의 애니메이션 '호빵맨'. 언뜻 잔혹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몸을 희생해 남을 돌본다는, 기저에 깔린 뜻이 참 따뜻하다. 홍조를 띤 동글동글한 얼굴은 멋진 영웅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귀염성 있는 정의의 친구 '호빵맨'은 아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요즘도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맥스에서 방송되고 있는 '호빵맨' 시리즈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92)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그는 '최고령 현업 만화가'로도 유명하다.

-원래 '호빵맨'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로 제작됐다던데.

"일본에서는 사실 아이들에게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세 살 정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해줬다. 작가인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호빵맨'에게는 이렇다 할 무기가 없다. 얼굴이 조금만 더럽혀져도 금방 약해지고. 아마 세계의 히어로들 중 가장 약한 캐릭터일 거다."

-'호빵맨'이 얼굴을 떼어준다는 설정이 굉장히 독특하다.

"정의의 편이라면 악인과 싸우는 것보다 배고픈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아이들은 배고픔에 약하지 않나. 그렇지만 본인이 상처를 입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설정을 하게 됐다."

-가난했던 시절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하던데,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시골 의사였던 큰아버지 댁에서 도움을 받았다. 아주 가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조심스럽고 소심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끄럼쟁이였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얌전한 아이였다. 아이들한테는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린이 팬들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호빵맨'을 보고 나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이가 회복되거나, 자폐증 아이가 말을 한다든가 하는 얘기까지 들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충격을 받아 전혀 웃지 않던 아이가 '호빵맨' 포스터를 보고 웃기 시작해 아이 엄마가 울었다는 얘기도 있다. 지진이 일어난 후 라디오에서 '호빵맨' 주제곡을 들은 아이들이 일제히 노래를 부르는 등 기적에 가까운 일들을 보고선 작가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1988년부터 일본 TV에서 '호빵맨'이 방송된 이후 1,000가지가 넘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20년이 넘도록 계속 사랑 받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특히 인기 있는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 '등장 캐릭터가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는데, '호빵맨' 이외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하나를 꼽을 수는 없다. 한번만 출연한 캐릭터에도 모두 애착을 갖게 된다."

-현역 만화가로서 최고령이신데, 작품 활동의 영감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는지.

"모르겠다. 텅 빈 튜브도 짜내면 무언가 조금씩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더 이상 아이템이 없다고 생각해도 계속 나오니 일을 이어나가고 있는 거다."

-'아톰' 원작자로 유명한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씨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데츠카씨에게 의뢰 받아 장편 애니메이션 '천일야화'의 미술감독과 캐릭터 디자인을 했다. 그분이 그때까지 성인용 작품을 하지 않아서 나에게 의뢰한 건데 흥행에 성공한 덕에 자금을 얻어 또 다른 만화 '다정한 라이온'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아동용 작품을 했고, 반대로 데츠카씨는 청년ㆍ성인용 작품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데츠카씨야말로 진짜 천재다. 나 같은 사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당신에게 '호빵맨'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나의 아이'다. 정신적으로 나와 피를 나눈 분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날아라 호빵맨'이 상당히 인기다.

"'호빵맨'은 상당히 일본적인 내용의 작품인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조금은 의아하다. 한국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캐릭터가 된다면 나 또한 기쁠 것 같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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