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의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국민을 섬기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외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기 개시와 함께 드러난 의원들의 '보여주기식 행태'를 보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18대 국회의 재탕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47명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앞장서겠다"며 초선의원으로서의 다짐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9대 국회는 18대의 폭력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신뢰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명서에선 당 소속 의원의 대다수가 친박계로 채워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방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정치색이 엷어야 할 초선 의원들이 정작 당내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 대해선 입을 닫은 것이다.
앞서 30일에는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의 보좌진 9명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사흘간 '뻗치기'를 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김 의원실 보좌진들은 27일부터 하루 3교대로 조를 짜서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들 때문에 모두 발길을 돌리긴 했지만 자리 선점에 나섰던 의원실이 60여 곳이나 됐다는 얘기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심지어 모 의원실 보좌진은 "우리 의원님이 1호 법안으로 접수하지 못하면 각오하라고 했는데 어쩌나…"라며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1호 법안 기록을 세우기 위해 의원실 간 신경전이 빚어지면서 벌어진 일인데, 1호 법안 제출이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인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임기 첫날인 30일 제출 법안은 53건에 달했지만, 다음날인 31일에는 겨우 1건 늘어나는 데 그친 사실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법안 제출이 '첫날'에만 의미를 두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야말로 형식에 얽매인 경쟁이 아닐 수 없다.
18대 국회 당시에도 8건의 법안이 임기 첫날 접수됐지만 이 중 5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법안을 내는 것보다 잘 심사해 처리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국회의 본업은 법안 및 예산의 심사와 처리다. 이를 위해선 '보여주기식' 이벤트 보다는 실질적 내용과 실천이 중요하다. 옛말에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이 있다. '겉치레는 화려하나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이제 막 출범한 19대 국회가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으려면 이 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신정훈 정치부 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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