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은 강공책인가, 단순한 김정일 찬양인가.'
북한이 지난 달 개정한 헌법 서문에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처음 명시한 사실이 30일 확인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서 헌법은 최고 지도자의 교시와 노동당 규약 다음으로 중요한 통치지침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기존 6자회담 판을 뒤집어 자신들에 유리한 군축 협상의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2005년 2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보유를 선언한 이후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핵 포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에 따라 비핵화를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국제사회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진 상태다.
이에 대해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31일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굳이 헌법에 명시한 것은 국세사회의 압력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고농축우라늄(HEU)을 비롯한 핵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는 명분도 얻고 미국을 상대로 군축 협상을 거쳐 평화협정까지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북한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황지환 명지대 교수는 "결국은 북한이 미국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심산"이라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강공책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헌법 서문에 유훈 통치의 중요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나열하면서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 국책 연구원은 "북한의 헌법 서문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찬양 일색"이라며 "핵 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려면 이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해야 하는데 단 한번에 그치고 있어 정책의 변화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NPT가 규정하는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만 심화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핵 보유국을 상대로 비핵화 6자회담을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향후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헌법에 넣은 이유부터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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