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건축학 개론' 안 봤다고 했지? 너만 보고 파일은 삭제해."
이 한마디와 함께 지인에게 보낸 영화 '건축학 개론' 동영상이 결국은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까지 올라 막대한 피해를 냈다.
발원은 문화ㆍ복지 사업을 하는 P사의 시스템관리팀장 윤모(36)씨였다. P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군부대나 문화 소외층, 해외 주재 한국 문화관 등에 국내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MOU에 따라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개봉 이틀 전인 3월 20일 P사에 이 영화 테이프를 넘겼다. 사전에 명시된 곳에만 영화를 유통시켜야 하는데도 이 회사 직원 윤씨는 4월 5일 인터넷 동호회 회원인 회사원 김모(34)씨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김씨가 "아직 '건축학 개론'을 못 봤다"고 하자, 영화 테이프를 인터넷 동영상 파일로 만들어 김씨에게 이메일로 전송해줬다.
"너만 보고 바로 지우라"고 했지만, 김씨는 후배(33)에게 이를 다시 전달했다. 윤씨의 손을 떠난 파일은 이런 식으로 8명을 거쳐 대학생 이모(20)씨에게까지 갔고 이씨는 지난 8일 이를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리기에 이르렀다. 이 파일은 삽시간에 다른 두 파일 공유 사이트에도 떠 하룻동안 30만회가 다운로드 된 것으로 제작사인 명필름 측은 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영화 '건축학 개론'의 영상 파일을 유출해 유포하게 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윤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명필름 측은 인터넷에 불법유통 된 날부터 흥행이 주춤해져 관객 감소, 방송 납품 판권, 해외 판권 등을 포함 약 75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09년 개봉돼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도 중국 수출을 앞두고 영상이 불법 유출돼 3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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