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이 대선주자 간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 사이의 선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대선주자 간의 치열한 힘 겨루기가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연합'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와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 등 다른 주자들이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지원하는 문재인 상임고문을 견제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 동안 진행된 지역 순회 경선을 들여다보면 문 고문을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강세 지역에서 이해찬 후보를 견제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김한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음을 알 수 있다. 31일 전북 지역 경선에서도 이 후보와 인연을 가진 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김 후보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정세균ㆍ정동영 상임고문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김 후보의 손은 들어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첫 분기점으로 여겨졌던 지난 22일 광주ㆍ전남 경선에선 손학규ㆍ정세균ㆍ정동영 상임고문 측이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게 정설이다.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노풍(盧風)을 재현하고자 했던 이해찬 후보는 3위에 머물렀다. 지난 26일 친노진영의 텃밭 격인 경남에서도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완패했다. 이를 두고 김두관 경남지사와 김 후보 간 'KK연합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24일 대구∙경북 경선에서 김 후보가 승리한 것도 김 지사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지원 덕분이란 얘기가 나왔다.
27일 제주 경선에서도 손 상임고문과 가까운 김우남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측 강창일 의원 등이 김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세종ㆍ충북 지역과 30일 강원 지역에서 김 후보가 연승을 거둔 것을 두고도 '손학규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남은 전당대회 기간은 물론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지지율이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반(反) 문재인 진영 주자들이 자칫 당내에서 '문재인 독주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상임고문 스스로 이번 전당대회를 대선주자 대리전 양상으로 만든 측면도 있다. 지난달 말 '이해찬ㆍ박지원 역할분담론'이 나오면서 담합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문 상임고문은 공개적으로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ㆍ박 담합이 결국은 '문재인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고, 문 상임고문은 사실상 공적이 됐다.
때문에 누가 당권을 거머쥐느냐가 향후 대선 후보 경선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 후보의 승패에 따라 문 상임고문의 위상에도 부침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김 후보의 상승세가 반(反)문재인 진영의 일시적 연대에 따른 것인 만큼 당권 향배가 대선 후보 경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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