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KIA 감독은 "류현진이 윤석민 보다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SK에 몸 담았던 김정준 XTM 해설위원은 "아직까지 김광현은 류현진을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통산 161승을 거두며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는 정민철 한화 투수 코치 역시 "류현진은 현역 시절 나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31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구속 153km를앞세워 올 시즌 최다 삼진(13개)을 뽑아냈다. 하지만 경기는 삼성이 3-2로 이겨,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국민 타자를 잠재운 괴물의 역투
류현진은 2-2 맞선 8회에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국민 타자' 이승엽(36ㆍ삼성)과의 맞대결에서는 완승을 거뒀다.
2회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변화구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초구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몸쪽 꽉 찬 슬라이더를 던져 단숨에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볼카운트 2-2에선 다시 한 번 바깥쪽 체인지업을 예리하게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했다.
4회 두 번째 대결에선 180도 달라진 볼배합을 보였다. 류현진은 초구 직구를 몸에 바짝 붙인 뒤 곧바로 바깥쪽 직구를 뿌리며 2스트라이크 0볼, 우위를 점했다. 이승엽은 첫 타석에서 호되게 당한 슬라이더를 의식한 듯 직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3구마저 바깥쪽 직구로 선택하며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6회엔 수비가 아쉬웠다. 선두 타자 2번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 3번 박석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이승엽을 투수 앞 땅볼 유도했지만 1루 커버하는 과정에서 베이스를 밟지 못해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하지만 진갑용을 6구째 몸쪽 꽉 찬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유유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승엽은 "일본에서도 류현진의 투구를 유심히 살펴봤다. 직접 볼 순 없었지만 하이라이트 방송을 통해 주무기 등을 체크했다"며 "언젠가 만나야 할 투수고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첫 번째 맞대결에선 속수무책 당했다.
최형우에게 던진 사구 "나는 에이스다"
류현진이 에이스임을 증명한 장면은 또 있었다. 3회까지 0-1로 뒤지던 한화는 4회 5번 최진행과 7번 오선진의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5회에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타석엔 최형우가 들어섰다.
그러나 류현진은 초구부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본인은 "공이 손에서 빠졌다"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고의로 타자 몸에 맞힌 거나 다름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4회 한화의 4번 타자 김태균은 1사 1루에서 배영수가 던진 몸쪽 빠른 공에 등을 맞았다. 최근 몸쪽 승부가 부쩍 늘어 타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김태균은 1루에 나가서도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류현진은 절친 김태균을 위해, 또 팀을 위해 최형우의 등을 향한 빠른 직구를 던졌다. 선두 타자가 출루했을 땐 실점 확률이 부쩍 늘어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료였고 팀이었다.
KIA는 이범호(31)의 4타수 3안타 1타점의 활약을 앞세워 잠실에서 두산을 4-2로 꺾었다. KIA 선발 김진우는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3승(3패)째를 수확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SK를 9-5로 꺾고 SK에 승차 없는 2위로 올라섰다. 넥센 선발 밴 헤켄은 6이닝 7안타 4실점으로 4승(1패)째를 거뒀다. SK 최정은 시즌 13호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넥센 강정호(14개)를 1개 차로 따라붙었다.
부산에서는 LG가 1-1로 맞선 9회 2사 만루에서 터진 8번 대타 윤요섭의 극적인 좌월 2타점 결승 2루타에 힘입어 롯데를 3-1로 제압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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